(기사)“각자도생 사회·개인구원 종교는 일란성 쌍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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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금선사 작성일17-07-14 10:43 조회4,653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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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7-13 17:22 ㅣ 수정 : 2017-07-13 17:44
‘탈종교 시대 종교인’ 끝장 토론
신자들이 교회 출석과 미사 참석을 꺼리고 절을 등진다. ‘탈종교의 시대’다. 일반의 종교 거부와 기피도 갈수록 심해진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은 전체 국민의 절반을 넘는 56.1%나 된다. 10년 전보다 무려 9%가 늘어났다. 흔히 탈종교의 원인을 사회 변화 탓으로 돌린다. 하지만 외부보다는 종교 자체와 종교인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지난 12~13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금선사 해행당에서 레페스포럼 주최로 열린 토론회는 그 종교인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불교, 개신교계의 전문 연구가 12명이 1박 2일 끝장 토론을 벌여 ‘종교 썰물’ 시대 속 종교인의 자세와 역할을 따져 물어 흥미로웠다.
탈종교의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이도흠 한양대 교수(국문·불교학)는 여섯 개의 키워드를 끄집어냈다. 탈근대적 문화현상과 과학 발달로 인한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의 회의, 시장논리의 종교 침투와 종교 상품화, 시민사회단체의 부상, 종교인에 대한 신뢰 상실, 종교의 사사화(私事化). 주류 종교계는 대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대다수가 퇴행적이거나 종교의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고 이 교수는 꼬집었다. 근본주의의 심화와 영성종교화, 명상·치유·수련회 등 종교 의례와 수행의 대중화에 치우쳤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본적으로 고통과 행복에 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자기를 낮추며 상대방을 내 안에 들여 섬길 때 종교의 큰 가치인 존재의 생명성에 다가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김용표 동국대 불교학부 명예교수는 잘못된 종교교육을 파고들었다. 김 교수는 지배층을 위한 종교 이데올로기의 도구화나 미신적 윤리와 비과학적 사고, 비판적 사고를 약화시키는 종교교육은 종교적이지도, 교육적이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교 상업화, 특정인 우상화, 현세 기복화, 종교 권력화 같은 비종교적 현상의 심각성에 대한 교단적 차원의 겸허한 자기비판과, 이런 현상을 자초한 종교교육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비해 정경일 새길기독사회문화원장은 ‘탈종교화’가 아닌 ‘탈사회화’가 문제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사회의 부재는 구조적 위기일 뿐 아니라 정신적, 영적 위기”라며 각자도생을 원리로 하는 사회와 개인구원을 목표로 삼는 종교는 일란성 쌍둥이라고 규정했다. 그 둘은 인간 경험의 사사화를 사회적, 종교적으로 극단화해 공동체를 파괴하는 만큼 탈종교 시대에 종교가 세상의 사랑을 받는 길은 오직 하나, 이 시대의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찬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연구교수는 “종교와 종교 아닌 것의 경계를 실선으로 나누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거들었다. “탈종교 시대는 실선 내부에 대한 외부의 저항”이라는 이 교수는 “그 저항이 거세지면서 종교는 타의에 의해 경계를 점선화해 가는 중”이라며 “불교와 기독교의 경계도 점선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종교 화합 이루려는 노력 필요”
한편 박연주 일본 난잔대 종교문화연구소 교수(일본 불교학)는 불교와 일본 고유의 신도(가미신앙)가 밀착된 신불습합(神佛習合)을 예로 들어 원융사상의 실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교수는 “근대 들어 정책적 강제에 의해 분리되긴 했지만 일본에서 오랫동안 불교와 토착 가미신앙이 조화로운 공존 관계를 이룰 수 있었던 건 서로의 신성 안에서 같은 것을 보고 화합을 이루려는 노력 때문”이라면서 “그 공존은 우리 종교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2017-07-14 24면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170714024005#csidxb051031a6f3de248ba07cf090c677d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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