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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의 일과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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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효진거사 작성일16-03-26 17:40 조회4,2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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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혹독했던 겨울의 기억은 없습니다. 따스한 봄향기가 그 자취를 없애는듯 합니다.
이사를 했습니다. 제주시내에서 협재해수욕장으로 사무실을 옮겼습니다.
아는 지인이 자리를 내주어 해변가 커핀그루나루 1층 매장에 기념품 가게를 만들었습니다.
3월이 이곳에선 더 혹독한 겨울이라더군요. 관광객이 연중 가장 적은 달이랍니다.
아주 가까이서 보이는 비양도도 섬이라기보다는 큰 군함같은 모양새로 떠 있습니다.
여행들 와서 기념품을 무었으로 만들어 갈까, 생각해보니 뭐 별다른게 없더군요.
그래서 협재해수욕장 앞 고운 모래사장에 빨간색 우체통을 하나 놓았습니다.
이름하여 느린 우체통이죠. 이 통에 넣는 순간 시간은 더디고 더디 흘러서 180여일에
걸쳐서 배달이 되니깐요.
젊은 친구들이 많이 좋아하더군요. 각박한 현실속에서 그나마 천천히, 느리게 가는것도 있다는것에
또다른 안도감이 생기는지도 모르겠어요.
우리 기성세대가 너무 급하게만 그들을 몰아세운게 아닌가 반성해 보며, 젊은이들의 사연들을
몰래 보는 즐거움도 하나 생겼습니다.
나의 아들 딸들이 마음 한구석 내려놓고 싶은것이 무엇인지 이 우체통에 내려 놓으면 좋겠습니다.
시간되어 오신다면 이 느린우체통에 엽서 한번 보내보실래요?

화엄행자 효진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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