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사람&]



윤원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이 안중근자료전집 제3권을 들고 안 의사 흉상 옆에 서 있다.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기념사업회)라고 하면 요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는 서울 남산에 번듯하게 자리 잡은 ‘안중근의사기념관’(중구 소월로 91)을 떠올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그곳은 박정희가 주도해 만들고 보수 인사들이 이끄는 ㈔안중근의사숭모회(숭모회)가 국가보훈처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곳으로, 기념사업회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기념사업회는 함세웅 신부가 리영희·이돈명 선생 등과 함께 국순당 주식
1995년 창립했다. 윤원태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친일독재 세력 청산과 민족화해를 위해 평생을 바쳐온 함 신부의 뜻을 이어받아 기념사업회를 운영 중”이라며 “친일역사를 반성하지 않는 세력에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는 숭고한 일을 맡길 순 없다는 뜻에서 기념사업회가 설립됐다”고 설명했다. 숭모회는 1963년 창립 이래 윤치영, 정원식, 노신영, 황인성주식종목정보
, 안응모 등 보수 인사들이 이사장을 맡아왔다. 지금은 이승만대통령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이사장을 맡고 있다. 공시 자료를 보면 숭모회는 지난해 정부로부터 약 12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서울 용산구 남영동에서 원효로를 따라가다가 오른쪽 골목길 안에 높은 다세대 주택들에 둘러싸여 있는 25평 정도의 한옥집(효금강공업 주식
창원로 16가길 36)이 하나 있다. 초라한 대문에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라는 목판이 설치돼 있다. 윤원태 총장은 “사업 공간이 필요했는데 돈이 없어 고민하던 중 2014년 함세웅 신부가 자신의 생가인 이곳을 기증했다”고 했다. 그 전에는 해마다 2~3번씩 낮은 월 임대료를 찾아 종암동, 월곡동, 번동, 돈암동 등으로 옮겨 다녔다. 이사 때마다 엄청난 양코스모화학 주식
의 책과 자료를 직접 나르느라 윤 총장은 고생이 많았다고 회고했다. 그나마도 이곳은 좁아 사무 공간으로만 사용하고 연구 공간은 종로에 따로 마련한 상태다.
그는 “기념사업회를 찾는 방문자 중에는 허름한 사무 공간을 보곤 ‘대한민국이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이룬 게 맞냐’며 울고 간 분도 여럿 계신다. 대한민국 최고의 독립운동가를 기리는 기태양산업 주식
념사업회가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활동하는 것이 안타깝다는 뜻”이라고 했다.
윤 총장은 기념사업회가 크게 3가지 사업을 해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남북공동 기념행사 개최와 자료집 편찬 사업, 그리고 안중근 의사의 정신을 확산하는 일이다. 남북공동 기념행사가 가능한 것은 안중근 의사가 남북이 함께 기념하는 유일한 독립운동가여서다. 북측은 만주에서 치열하게 독립전쟁을 한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중심으로 추모하는 반면, 남한은 상해임시정부를 중심으로 한 민족주의 계열의 독립운동가들을 기념한다. 윤 총장은 “안중근 의사는 이런 이념 정립 전 독립운동가여서 남과 북 공동 추모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민간 외교로 2010년 3월26일 안 의사 순국 100주년을 기념해 남과 북이 안 의사가 순국한 중국 다롄의 뤼순감옥에서 남측에서 100여 명, 북에서는 6명 참여한 가운데 처음으로 추모식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후 2012년 남과 북은 하얼빈에서 해마다 의거일에 맞춰 기념행사를 치르기로 하고 한동안 해마다 개최했다. 그러나 2018년 공동행사가 중단된 뒤 남북관계가 회복되지 않아 북측이 불참한 가운데 2023년 하얼빈에서 남측만 행사를 한 데 이어 올해는 다시 남북 공동행사를 추진 중에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안중근신문조서 원문 중 일부.


기념사업회가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큰 과업은 안 의사 연구와 기록 작업이다. 안중근 의사 연구로 국내 1호 박사학위를 받은 신운용 안중근평화연구원 교수가 수년째 이 ‘대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윤원태 총장은 “안 의사 관련 역사적 사실과 기록을 찾고 번역, 정리해 자료집을 만들어 널리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며 “한 권당 600쪽이 넘는 방대한 자료집 40권을 만들 계획인데 지금까지 27권을 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훈 작가의 역사소설 ‘하얼빈’도 상당 부분 이 자료집을 인용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어 “자료집 한 권이 나오기까지 1억원이 넘는 비용이 드는데 정부 지원 없이 뜻을 모은 가톨릭 사제들과 자발적 후원자들의 참여로 어렵게 해나가고 있다”고 했다.
한편, 기념사업회는 시대 변화에 맞게 일반 대중에게 더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윤 총장은 “안 의사 가묘와 백범 김구 등 여덟 분(8위) 애국선열 묘역이 있는 효창원 앞에 왜 효창운동장이 들어섰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승만 대통령이 자신의 정적인 백범을 억누르기 위해 운동장을 1960년 지었고, 박정희는 효창원 경내 가장 높은 자리에 ‘북한 반공투사 위령탑’을 세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나아가 육영수 송덕비, 원효대사 동상 등도 마구 세워 애국선열들의 묘를 찍어 누르고 조롱해온 사실을 아는 이는 거의 없다”며 “이런 사실과 애국선열 8위 묘를 제대로 알리는 축제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효창원은 독립운동하고 돌아가신 분들을 모신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묘지인데 공원으로 만들어놓다보니 관리 주체도 중앙정부가 아니라 용산구라니 기막힌 일”이라며 “이렇게 중요한 분들의 묘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친일 청산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의미”라고 힘주어 말했다.
기념사업회는 지금 다음달 열리는 ‘제6회 효창원독립평화축제’ 준비로 분주하다. 이 축제는 해마다 안중근 의사를 기념하는 대학생들이 자원봉사에 나서 기획단을 포함해 100여 명이 참여한다. 윤 총장은 “서울시 민간 축제 공모사업으로 2019년 처음 선정된 뒤 서울시 축제 평가위원들이 우수축제로 인정하기도 했다”며 “축제는 지속 가능해야 하는데 올해는 축제 예산이 예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 걱정”이라고 했다.
윤원태 총장은 끝으로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했다. “기념행사를 여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초를 다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안 의사 연구와 기록 사업을 20년 가까이 해왔는데 이제는 국가가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아직 만들어야 할 책이 13권 남았다. 정부의 인식 변화를 촉구한다.”
글·사진 이동구 기자 donggu@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한겨레 금요 섹션 서울앤 [ⓒ 한겨레신문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