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0회 조계종 중앙종회 임시회에서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안 등 ‘쇄신법안’이 모두 통과됐다. 쇄신법안이 성암됨에 따라 종단 쇄신 행보가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이에 본지는 쇄신법안 통과를 한국불교 중흥의 계기로 삼고자 릴레이 기고를 마련했다.
‘쇄신(刷新)’. 백양사 승풍 실추 사건 이후 조계종의 화두이다. 사회적으로 공경해온 스님들이 도박을 하는 모습은 불자를 부끄럽게 하였고 국민을 당혹케 하였다. 하지만 불교계가 출가자의 생활과 사찰의 운영을 스스로 살펴보는 자성(自省)의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출가 승려의 생활이 본분사인 수행에서 벗어나 있어도 사찰의 운영이 투명하지 못하여도 경책하지 않아온 한국불교의 자화상을 반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와 같은 자성에 의하여 나온 타개책이 금번 제190회 임시중앙종회에서 제개정한 ‘종무원법’ 개정안, ‘사찰운영위원회법’ 개정안,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안, ‘예산회계법’ 개정안 등의 쇄신(刷新) 종법이다.
 
쇄신 종법들은 재가 신도의 참여 확대와 역할 강화, 그리고 사찰재정의 투명성 제고를 통한 사부대중 공의의 사찰과 종단 운영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종무원법 개정안과 사찰운영위원회법 개정안은 재가 신도의 참여와 역할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종무원법 개정안은 재가 전문 종무원을 양성하여 사찰 및 종단 운영의 비전문성을 개선하기 위한 법안이며, 사찰운영위원회법 개정안은 사찰운영위원회의 위상을 협의기구에서 심의.의결기구로 격상하여 재가 신도의 참여가 확대된 사찰운영을 이루기 위한 법안이다.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안과 예산회계법 개정안은 사찰재정의 투명성 제고에 역점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하여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안은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도입, 영수증 발급, 전문회계사 감사, 총무원 지정 전산프로그램 도입, 임대보증금의 교구본사 공동예치 등을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예산회계법은 사찰예산회계법 제정에 따른 개정을 포함하고 있다.

금번의 쇄신 종법은 불교계의 전근대적 운영시스템을 개선하여 사부대중의 공의에 의한 종단을 구현하겠다는 측면에서 분명 진일보하였다. 쇄신 종법에 대한 종단의 의지는 제190회 임시중앙종회에 앞서 가진 제1차 쇄신안 발표 기자회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담화문을 통해 “지난 수십 년간 사찰과 종단운영과정에서 빚어진 갈등과 부조리는 사찰과 종단 운영 시스템이 시대의 필요성에 부응하지 못하고 체계적이고 전문적이지 못한 데서 빚어진 문제”이며 “이제는 근본적이고 전면적으로 혁신하지 않고서는 안 된다”며 종단 쇄신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

조계종의 쇄신을 위한 제도적 기반은 쇄신 종법의 제개정으로 일단 초석이 마련되었다. 하지만 1994년 종단개혁 법안들의 시행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법규의 제정 취지에 대한 인식과 그것을 실현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법 따로 현실 따로’의 상황에 봉착하게 되고 만다.

금번 쇄신 종법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출가 승려는 평등의식을 가지고 재가 신도를 사찰과 종단의 운영에 참여시킬 수 있어야 하며, 재가 신도는 참배객이 아닌 주인으로서 사찰과 종단의 운영에 참여하여야 한다.

현재 한국불교에서는 수행이 아닌 운영의 측면에서 조차도 출가 승려의 권위가 절대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출가 승려의 권위의식과 재가 신도의 주인의식 결여가 어우러져 나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쇄신 종법의 취지인 ‘사부대중의 공의에 의한 사찰과 종단의 운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출가 승려와 재가 신도가 공히 그 주인으로서 평등하여야만 한다.

쇄신 종법은 출가와 재가의 역할 구분을 통한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 출가 승려는 수행과 교화에 전념하고 사찰의 운영은 재가 전문 종무원이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쇄신 종법이 여법하게 시행된다면, 재가 신도가 출가 승려에 대한 건전한 견제와 비판이 가능해지고 사찰 재정의 투명도가 제고되어 분명 승풍은 진작될 수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쇄신 종법의 취지가 출가 승려의 평등의식과 재가 신도의 주인의식이 바로 자리매김할 때 실현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디 조계종이 작금의 어려운 현실을 올곧게 자성(自省)하고 쇄신(刷新)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나눌 수 있는 불제자의 결사체가 되기를 서원한다.

[불교신문 2830호/ 7월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