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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의 여행 - 5(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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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장 작성일12-03-13 09:52 조회3,79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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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의 여행(5)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은 기독교의 그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육신이 없는 영혼의 상태에서는 욕구와 갈애가 없고 동시에 고통을 느끼지 않습니다. 육신이 없어서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영혼을 붙잡아다가 펄펄 끓는 기름 솥에 집어넣어본들 영혼이 뜨겁기나 하겠습니까? 그리고 지가 지금 벌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이미 죽어버린 넘을 그렇게 벌을 준다 하여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영혼이란 넘이 벌을 받고 반성을 하고 참회하면 다시 살려서 인간계로 보내준다면 모르겠지만 영원의 시간 동안을 지옥에 가두어 놓을 넘인데 고통을 주고 괴롭혀봤자 하나님만 피곤한 일 아니겠습니까. 하나님이 무슨 새디스트입니까?

지옥이건 아귀건 모든 벌은 살아서 받습니다. 업을 짓는 것도 씻어내는 것도 전부 살아있는 생명체일 때만 가능합니다. 그래서 부처님은 4생으로 태어난 유정만이 육도를 윤회한다고 설명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육도 속에 지옥도 있고, 아귀도 있고, 아수라도 있고 도솔천도 있고, 타화자재천도 있습니다. 그 전부가 생명체가 살아가는 실제적인 세계이지 결코 영혼들이 속삭이는 비현실적이고 몽롱한 꿈의 세계가 아닙니다.

자기가 지은 바 업에 따라 개로 지옥에 날 수도 있고, 돼지로 아귀계로 떨어질 수도 있고, 소나무로 천상에 날 수도 있고 인간이지만 축생으로 태어날 수도 있습니다. 식물도 지옥과 아귀와 천상에 자기 업대로 떨어집니다. 양지바르고 풍부하게 비가 내리면서 자기를 뜯어먹는 짐승도 없고 뽑아 낼 사람도 없어서 싱싱하고 푸르름을 유지하면서 때가 되면 꽃을 피우고 철이 되면 열매를 맺는 식물들은 복받은 생을 사는 것입니다. 식물로서는 천상에 태어난 셈이지요. 그러나 척박하고 메마른 땅에 떨어진 씨앗은 뿌리를 내리고 생명을 유지하는데 모진 고초와 괴로움을 겪게 됩니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목이 마른 채 한 달, 두 달, 세 달을 묵묵히 견디어내야 합니다. 같은 소나무인데도 어떤 것은 등이 굽고 비틀어져서 3년도 못살고 고사하는가 하면, 어떤 소나무는 천년을 두고 푸르름을 자랑합니다. 식물의 씨앗 하나가 바람에 흩날려 어떤 땅인가에 떨어지는 것도 다 자기가 뿌린 업대로 갑니다. 지옥에 갈 놈은 지옥으로, 천상에 태어날 놈은 천상에 떨어집니다.

주인을 잘못 만난 개는 평생 걷어 채이고 밥도 제대로 못 얻어먹다가 몽둥이세례를 받고 까무러치고 나면 가마솥 안입니다. 어떤 개는 주인한테 평생 사랑받고 사람하고 똑같은 생활을 하고 아프면 최신 의술의 치료를 받고 특급 병원에 입원을 합니다. 죽으면 가족들의 애도 속에 장례가 치러집니다. 개팔자도 개마다 다 다릅니다. 개나 돼지라고 다 축생계에 사는 것이 아닙니다. 같은 시간에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은 항생제 한 알이 없어서 속절없이 죽어갑니다. 어느 것이 축생이겠습니까? 우리집 막내 유키하고 동남아에서 열 살도 되기 전에 매춘을 해야 하는 소녀들하고 어느 쪽이 축생이겠습니까? 유키는 천상에 태어난 거나 같습니다.

어떤 시대에, 어떤 나라에서, 어떤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는가가 1차적으로 자기 생의 지옥과 천상을 가릅니다. 이 태어나는 자리는 바로 자기 전생의 업보가 결정합니다. 이것이 과거의 자기가 만든 지옥이고, 아수라이고 인간이고 천상입니다. 일단 지옥에 떨어진 상태에서 마음 한번 다잡는다고 천상으로 가지는 못합니다. 북한에 태어난 사람이 한마음 돌려먹는다고 공간이동을 해서 남한 땅에 떨어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지옥같은 북한에 태어난 것은 이유가 있습니다. 자기가 남을 그만큼 괴롭혔기 때문에 지옥에 태어난 것입니다. 자기한테 고통을 받은 수많은 생명들의 억울함과 분노와 복수심과 원망이 성난 파도처럼 자기를 지옥에 떠밀어서 내동댕이친 것입니다. 도망을 가려고 발버둥을 쳐도 업장의 파도가 사정없이 지옥으로 떠밀고 갑니다. 그것이 자기가 지금 태어난 그 자리입니다. 자기 혼자서 암만 개과천선을 하고 반성을 하고 독하게 마음을 다잡아도 자기가 죽인 사람이 살아날 리 없고, 자기가 괴롭힌 사람이 자기를 용서할 리가 없습니다. 업장의 파도는 가라앉지 않습니다. 과거의 자기가 만든 지옥을 부수려면 자기가 전생에 남을 괴롭히고 고통을 줬던 것보다 더 많은 선행을 하고 더 많은 생명에게 도움을 주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기에게 도움을 받은 사람들의 감사의 마음이 해일처럼 저편에서 밀려와서 악업의 파도를 상쇄시켜 가라앉히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옥에서 벗어나려고 하면 두 가지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하나는 자비의 실천이요 하나는 깨달음입니다. 이 두 가지는 지게의 양다리와 같습니다. 자기가 고통을 준 사람들은 따로 있는데, 그 사람들은 용서해 줄 생각도 안 하는데 절대자에게 엎드려 참회하고 기도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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