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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상달 초하루 법회 <文殊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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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08-11-07 13:50 조회6,23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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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은 이렇게 곱고 아름답습니다.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뷰파인더를 하늘로 올리고 찍은
사진을 보니 하늘은 완전히 코발트 색갈입니다.
숲속에는 푸른 하늘을 향해 쭉 쭉 일렬로 줄을 선 나무들이
알록달록 합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을 이틀 남긴 이십구일은[시월 상달 초하루 법회]가 있는 날입니다.
몇 일째 바쁜 일들 때문에 가을이 어찌 깊어가는지,
잠시의 마음을 나눌 여유도 없이 지냅니다.
하지만 얼마나 벼르고 별렀던 초하루 법회였는지요..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요?
"이번에 못 올라가면 다음에 다시 올라가면 되지~"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초하루법회는 제게 너무 커다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요즘 제 마음에 품고있는 이야기들을 부처님전에 가서
告해야만 하거든요.
늦잠의 달콤한 유혹을 단호하게 물리치고 일찌감치
준비를 시작합니다.
법회 시간이 다 되어서야 허겁지겁 올라가는 일도 이제는 마쳐야
할 때가 지난 것 같기도 하구요.


약간 쌀쌀해진 바람에 슬쩍 한기가 느껴지지만 신선하다는
느낌에 추운줄도 모릅니다.
북한산 자락으로 내려앉은 가을햇살이 어느때보다 정답게
느껴지는 것은 제 마음이 유난히 상쾌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카메라를 꺼내 뷰파인더를 통해 낙엽을 이리저리 잡아보기도 합니다.
갑자기 뒤에서 찻소리가 부르릉거리고 들려와 한 쪽 옆으로
몸을 피하고 지나가는 차를 물끄러미 쳐다보니
차창이 스르르 내려가며 낯익은 보살님 얼굴이 환하게 미소를
띄우며 나타납니다.
법명을 기억하기에는 분명 정각심 보살님이십니다.
사진을 찍으며 올라가겠다고 하니 보살님께서는 다시 차창을
올리며 가던 길을 가십니다.
다른 사람에 대한 포용력과 여유로운 마음을 느끼게 하는
얼굴을 하고계셔서 만날 때마다 마음이 편안해지며 기분이
좋아지는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보살님 요즘은 왜 글 안쓰세요?"
지난 여름 제게 왜 글을 안쓰는지 한 번 물으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쓴 초라한 글을 읽어주시고 기다리는 분이 계시다는 것...
나로서는 감당못할 영광이었습니다.
글쓰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부족한 글을
올릴 때마다 자신에게 되묻고는 합니다.
잘 쓰지도 못하는 글을 이렇게 맘대로 올려도 되는 것인지...


정각심 보살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천천히 올라갑니다.
목정굴에서 삼배를 올리고 종무소 앞으로 올라가다
뜻밖에 현장스님을 뵙습니다.
합장을 하며 인사를 하고 보살님께서는 대적광전으로 올라가십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언제 오셨는지 인사를 하며 함께 종무소로
들어갑니다.
지난 2월, 스님께서 머지않아 3월쯤에 강원으로 떠나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거처하시는 곳으로 인사를 드리러 갔다가
잠시 이야기를 나눈 이후 그후로는 한 번도 스님을 뵌 적이
없었지요.
법회가 시작되기 전이라서 종무소에 보살님들께서 많이 들어오십니다.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들고 스님과 종무소 밖으로 나옵니다.
"스님, 깊은 산속이 좋으신게지요. 건강해 보이시기도 하지만 여기에
계실 때보다 편안하고 안정되어 보이십니다.
제가 절에 자주 못 올라오는데 어느날 올라오면 스님께서
다녀가셨다고 하고, 또 어느날 올라오면 조금 전에 스님께서
가셨다고 하더라구요. 그동안 몇 번 다녀가신 것 같기는 한데
저는 꼭 9개월만에 스님을 뵙네요^^(웃음)"
"네에...그렇게 오래 되었나요?(웃음)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그전보다 얼굴이 많이 야위신 것 같은데요."
종무소 앞 커다란 단풍나무 아래에서 그간의 이야기를
묻고 대답하는 시간을 잠시 가집니다.


초하루 법회에서 부처님께 열심히 그리고 간곡하게 기도를 올립니다.
절실하게 부처님께 간구할 일이 있거든요.
그 일에 대하여 부처님께 제 속마음을 告하는 시간이었습니다.
기도를 열심히 드리고 어떤 날보다도 절을 많이 합니다.
다른 불자님들은 108배는 식은죽 먹기요, 1000배도 하는 마당에
스스로는 한 번에 108배를 하기 힘들다고 생각하며
절대로 무리하게 절을 하지않는 사람인데 오늘은 조금 무리하다
싶을만큼 절을 많이 합니다.
그래도 마음에서 우러나오고 내 몸이 잘 따라주어 그렇게 절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흡족하기만 합니다.
헌데, 오늘따라 왜 그렇게 법당이 추운지 모릅니다.
나만 혼자 그렇게 추운 것일까? 아무래도 세타가 좀 얇았지 싶습니다.
커다란 머플러를 어깨에 두르고서도 오한이 가시지를 않고 눈에는
열이 나기 시작을 합니다.
주지스님께서 법문을 하시는 중에도 연신 머플러를 끌어다가
목을 감쌉니다.
아무래도 오늘 집에 돌아가면 심하게 아플 것 같은 생각에
잠시 불안해집니다.
바쁜 와중에 딱 하루 시간이 나니 기쁜 마음에 절에 올라가지만
사실은 이 하루는 푹 쉬라는 뜻이라 여겨집니다.


참 오랜동안 별르고 별렀던 초하루 법회가 이렇게 끝나고
말아서 조금은 허탈합니다.
뵙고 싶었던 낯이 익은 불자님들을 만나기는 했지만 같이 공양도
하지못하고, 茶도 나누지 못하고, 더욱 쓸쓸한 것은 情談도
나눌 수가 없이 돌아오고 말았다는 사실이지요.
하지만 오늘만 초하루 법회가 있는 것이 아니니 그리 낙담할
필요는 없는 것일텐데...
사람이 하는 모든 일들은 언제나 정해진 것이 없습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가뭄이 심했습니다.
가을가뭄이 심하니 숲에 들어가도 소나무 향이 덜합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나뭇잎들은 곧 떨어질 위기에 놓여있거나
이미 바닥에 내려앉아 마지막 생을 기다립니다.
애절한 모습으로 남아있지요.
이것이 자연의 섭리이고 엄연한 숲속의 질서라고 한다면 순응하며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을 것입니다.
여느 때처럼 물이 곱게 든 아름다운 가을이 오지않은 것처럼...
언제나 같을 것 같은 일임에도 늘 같지않은 것이 숲속의 질서이고,
거기에 어울어지는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합니다.
초하루 법회가 열린 晩秋의 하루는 그렇게 깊어갑니다.








<文殊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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