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기255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사찰에서는 일제히 봉축법요식을 봉행하고 부처님 오신 뜻을 찬탄했다. 사진은 서울 조계사에서 거행된 봉축법요식 모습. 신재호 기자

불기255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서울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본말사에서 봉축법요식을 봉행하고 ‘함께하는 나눔 실천하는 수행’에 앞장서는 불자가 되길 서원했다.

부처님오신날 봉축위원회(위원장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는 오늘(5월10일) 서울 조계사에서 1만여 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불기 255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을 봉행했다.

이날 법요식은 관불 및 마정수기를 비롯해 헌화 및 헌향ㆍ헌다, 불자대상 시상, 봉축사, 봉축법어, 남북공동발원문, 발원문 낭독 등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법요식은 민족문화 수호활동과 자성과 쇄신 결사의 일환으로 정관계 인사 대신 다문화가정과 이주노동자, 장애인 등 소외계층과 타종교인을 초청해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고 동체대비로 함께 화합하는 법석으로 마련됐다.

봉축위원회로부터 초청받지 않았지만 이날 조계사를 찾은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 손학규 민주당 대표 등 정관계 인사들은 지난해까지 갖던 헌등과 헌화의식을 하지 못했다.

아울러 정관계 인사들이 차지했던 법요식 특별단상에는 이주노동자와 다문화가정, 이웃종교인, 외교사절단 등이 자리를 대신 차지했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불심을 키워주기 위한 마정수기(摩頂授記)의식에서는 조계사 어린이와 더불어 다문화가정 어린이와 승가원 장애아동시설 원생을 초청해 다문화가정과 장애인의 불연(佛緣)이 더욱 더 깊어질 것을 기원했다.

이어 불기 2555년 불자대상 수상자인 배우 김혜옥 씨와 방송인 이수근 씨, 방귀희 솟대문학 발행인, 이기흥 체육인불자연합회장, 김상기 육군참모총장, 패션디자이너 고(故) 앙드레 김(아들 김중도 씨 대리 수상) 등에게 상패를 수여하며 수상자들을 격려 및 위로했다.

조계종 법전 종정예하와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봉축법어와 봉축사를 통해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불자들에게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과 전법에 매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조계종 법전 종정예하는 봉축법어를 통해 “모든 중생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법신(法身)을 갖추고 있어 아름다운 불성을 지닌 미완의 여래”라며 “자성(自性) 밖에 진리가 없고 부처가 따로 없으니 찾으면 잃게 되고 구하면 멀어진다”며 부처님오신날을 참되게 기리는 일은 자신이 곧 부처님임을 바로 보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봉축사를 통해 잘못된 종교신념과 정치적 신념에 의해 사회갈등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상대가 아닌 ‘우리’가 되어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총무원장 스님은 “나의 종교적 확신이 이웃에 대한 공격과 배타적 도구가 되어선 안될 뿐만 아니라 정치적 신념 또한 나를 드러내고 남을 구별하는 수단이 되어선 안될 것”이라며 잘못된 종교신념과 정치적 신념의 문제점을 지적한 뒤 “조계종은 스스로의 허물을 성찰하여 종교적 가르침을 사회에 회향하기 위해 자성과 쇄신 결사를 실천함으로써 한국불교가 새롭게 태어나고 국민들과 함께 더욱 밝은 광명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법요식은 남과 북이 같은 시간대에 ‘부처님오신날 봉축 조국통일기원 남북불교도 동시법회’를 봉행해 부처님 오심을 찬탄하고 평화통일을 기원하는 남북공동발원문을 공동명의로 발표했다. 이날 조계종 중앙종회의장 보선스님이 발표한 남북공동발원문에서는 “거룩하신 부처님의 평화와 자비정신, 남북공동선언을 조국통일의 자등명, 법등명으로 삼고 우리 민족이 힘을 합쳐 통일의 그날을 앞당겨 나가기 위해 수행정진해나갈 것”이라고 서원했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전국 주요 사찰에 우편으로 봉축메시지를 전달하며 부처님오신날을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1700년 역사속에서 민족과 기쁨과 아픔을 함께 해 온 한국불교의 찬란한 전통문화와 예술은 우리 민족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렸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만큼 우리 모두 이를 더욱 더 잘 보존하고 계승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전통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축하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