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후기입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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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용 작성일12-06-29 15:50 조회9,028회 댓글0건본문
템플스테이
일시 : 2012.06.23.~24.
장소 : 서울시 종로구 삼각산 금선사金仙寺
사람들은 왜 절을 찾는가. 수능 시험을 앞두고 100일 기도를 드리기 위해서? 아니면 돌아가신 분의 극락왕생을 빌기 위해 불공을 드리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면 삼국시대부터 시작된 한반도의 불교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서? 등산하는 김에 시원한 약수 한번 떠먹기 위해서?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최근 많은 이들이 절을 찾는 이유는 혼란스러운 세상, 고된 삶에 지쳐 몸과 마음의 휴식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요하고 정갈한 사찰에 들어서서 맑은 공기와 청수를 마시며 몸의 욕망, 마음의 욕망을 하나 둘 내려놓다보면 어느새 삶을 고단하게 만드는 것들에서 벗어나 자유를 느낄 수 있다. 템플스테이는 이러한 자유를 원하는 사람이 1박2일 동안, 혹은 그보다 짧거나 더 긴 기간 동안 짧게나마 사찰에 몸을 의탁해 사찰문화를 배우고 스스로를 찾아가는 기회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준다.
이렇게 거창하게 써놓았지만 결국엔 복잡한 머리와 고단한 몸을 쉬러 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나 역시 최근 많은 고민을 해왔고 누적된 피로가 삶을 괴롭히고 있었다. 분명 잘하려고 시도했던 많은 일들이 얽히고설켜 나를 고단하게 만들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필요했고 나는 그것을 고민하고자 서울 시내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삼각산 자락의 금선사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금선사 전경>
속세에서 탈출해 일주문을 두드리다.
이번 템플스테이는 혼자서 간 것이 아니라 열정대학 경희대, 한국외대 캠퍼스 친구들 10명과 함께 가게 되었다. 다들 템플스테이는 처음이고, 새로운 경험을 해본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23일 경복궁역에서 집합한 후 버스를 타고 15분, 도보로 20분 정도 걸리는 삼각산 금선사를 향해 출발했다. 템플스테이를 체험할 수 있는 사찰이 서울 시내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점에 놀랐다. 물론 종로 한복판에 템플스테이를 할 수 있는 사찰이 있긴 하지만 산 속에서 깨끗한 자연환경 속에서 그윽하고 고요한 사찰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이런 곳이 이렇게 가까울 줄이야.
<경희대, 외대캠 친구들과>
그러나 말이 가깝지 역시 산자락에 위치한 사찰이라서 올라가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버스가 더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서부터 산을 타고 올라가는데 한여름의 산행이 얼마나 고되던지. 금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북한산 자락에 위치에 서울 시내가 내려다 보이는 금선사>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자 멀리 일주문이 보인다. 작은 오솔길을 따라 서있는 절의 입구인 일주문을 보는 순간 지금 이곳은 서울 시내가 아닌 불도를 닦는 수행의 공간이라는 느낌이 새삼 와 닿았다.
일주문을 넘고 사찰로 들어서자 템플스테이를 담당하시는 보살님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이해주셨다. 우리에게 배정된 수련복과 숙소를 안내해주신 후 오느라 고생 많았다고 오리엔테이션 동안 자유롭게 쉬는 시간을 주셨다.
<우리 일행이 묵은 해행당>
템플스테이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다. 불교 문화권을 제외하고는 체험하기 힘든 경험이기에 외국인들을 위한 템플스테이도 많이 개발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가 찾은 금선사도 지난 5년간 템플스테이를 진행하면서 외국인들에게 꽤나 유명해진 절이라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꽤나 많은 수의 외국인이 우리와 함께 템플스테이를 체험했고 우리 숙소에도 미국, 독일, 프랑스에서 온 남성 외국인 친구들이 함께 묵었다. 그렇다고 친해진 건 아니었다. 역시 언어의 장벽은 높고 험난하다.
<친해보이지만 나는 한국말, 케니스(네덜란드)는 영어. 서로 말이 안통했다 ㅠㅠ>
사찰 문화를 접하다.
템플스테이의 공식적인 첫 프로그램은 오리엔테이션이었다. 외국인은 물론 한국인이더라도 사찰 문화를 접하지 못한 사람이 많기에 간단한 예절과 절하는 법, 사찰 내에서 지켜야 할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특히 다함께 돌아가면서 절을 해본다거나 차수, 묵언 등의 불교 예절을 배워보면서 본격적으로 사찰 문화를 접하기 시작했다.
<다같이 삼배를 배워봅시다.>
다음은 도량석道場釋, 즉 사찰을 안내받았다. 이번 템플스테이를 위해 우리와 함께하신 스님들은 범준 스님, 준용 스님이셨다. 두 스님 모두 템플스테이 내내 우리에게 사찰문화를 가르쳐주시고 온화하고 맑은 웃음으로 우리를 환영해주셨다. 정말 고마우신 분들이셨다.
<사찰안내를 해주시는 범준 스님, 준용스님>
<한국인들에게 설명해주시는 해맑은 준용 스님>
<외국인들에게 설명해주시는 친절한 범준스님>
금선사는 건물이 모두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에 비해 전통이 꽤 깊은 사찰이었다. 조선 정조 때 지어진 이 사찰은 숭유억불로 인해 불교가 탄압받던 조선 시대에, 그것도 수도 한양에서도 영향력이 컸던 절이었다. 일제 때 불타 다시 재건하느라 옛날의 전통을 찾아보기는 힘들지만, 대적광전 신중도나 목정굴에서 금선사의 전통과 가치를 엿볼 수 있었다.
<마음을 씻고 성聖의 영역으로 건너가야 하는 세심천과 홍예교>
<열심히 설명듣고 있습니다. 띠꺼운거 아닙니다.>
<목정굴로 내려가는 길>
<금선사 창건 설화가 전해져 내려오는 목정굴 관음상>
<금선사의 자랑 중 하나, 200년 묵은 소나무. 그 풍채와 기운이 맑고 청아하다>
사찰 안내를 받고 나서는 불전사물佛典四物을 치는 것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불전사물이란, 중생교화를 상징하는 의식용구로 범종, 법구, 목어, 운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범종은 아침과 저녁에 시간을 알리기 위해 치는 종이며 28회, 33회씩 친다. 이는 28천, 33천의 모든 중생들을 제도하기 위함이다. 법구는 소가죽으로 만들어진 큰 북으로 모든 육지 동물들을 제도하기 위해 친다. 목어는 나무로 된 물고기 모양의 악기로 물속의 생물들을 위해 연주한다. 운판은 금속판으로 허공을 날아다니는 생물들을 제도하기 위한 의식용구다. 실제로 불전사물을 치는 것을 구경하고 나서는 돌아가며 범종을 칠 기회가 있었는데 생각보다 그 소리가 크고 장엄한 것에 놀랐다. 외국인 친구들이 특히나 신기해했다.
<실제로 타종을 해보았다>
그 이후에는 저녁 공양이 있었다. 사찰에서는 식사를 공양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밥 먹는 것 역시 하나의 수행과정이며, 스님들이 먹는 밥은 곧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과도 같기 때문이다. 스님들은 보통 발우 공양으로 공양을 하시지만, 템플스테이를 하기 위해 온 사람들을 위해 저녁 공양은 간단하게 식사하는 것으로 끝났다. 그 좋아하는 고기도 없고 조미료도 들어가지 않은 찬에 밥, 국이 전부였지만 정갈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사찰 음식이 맛있다 맛있다 하는데 실제로 먹어보니 입맛에 딱 맞았다.
불공과 108배, 참회와 감사, 발원, 그리고 나를 찾아가기.
<108배를 위해 108계단을 올라갑니다.>
저녁 공양 후에는 본당인 대적광전에서 저녁 불공과 함께 참선, 108배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었다. 스님들을 따라 저녁 불공을 드리고 나서 간단하게 참선을 해보았다. 그러나 허리를 꼿꼿이 펴기도 힘들고 반가부좌도 여간 불편한 게 아니어서 쉬이 집중이 되질 않았다. 게다가 낮에 산 좀 탔다고 몸이 피곤했는지 잠이 몰려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정신을 차리려고 집중했으나 나중에는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아니면 참선을 하고 있는지 모호해졌다. 나만 그런 건 아닌지 여기저기서 비틀거리는 친구들이 많았다. 이런 걸 모두 느낄 정도면 참선에 집중하지 못했다는 거겠지. 나무아미타불.
<참선은 보고, 맡고, 듣고, 느끼고, 맛보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과정이다.>
참선이 끝난 후에는 템플스테이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108배를 하게 되었다. 108번의 절을 통해서 스스로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그리고 정성을 다하여 무언가를 발원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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