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후기입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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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원용 작성일12-06-29 15:53 조회10,248회 댓글0건본문
<108배를 시작합니다ㅋㅋ>
<108배 후 다리 풀어주기 겸 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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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선사에서의 야경, 그리고 친구들과의 한담.
108배를 끝내고 나니 사찰에도 어둠이 몰려왔다. 시간은 벌써 8시. 보통 스님들은 10시 이전에 잠자리에 드신다고 한다. 보통의 사찰에서는 새벽 3시에 새벽 도량석을 시작하고 예불을 드리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 것이다. 금선사는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는 신자들을 위해 새벽 5시에 도량석과 새벽 예불을 드린다고 한다. 그래도 일찍 자야하는 것은 매한가지. 밤 중에 사찰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땀으로 지친 몸을 깨끗한 물로 씻고 금선사에서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야경을 구경하러 갔다.
<한발 물러서서 속세를 바라보기>
참으로 신기한 게 고작 서울 시내에서 30분도 안 되는 거리에 있는 금선사였지만 이렇게 산 위에서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니 서울이 까마득하게 멀어보였다. 설악산 등반 때 느꼈던, 속세를 떠나 성의 영역으로 들어왔던 그 느낌이 들었다. 속세와 탈속의 차이는 그 거리가 아니라 마음가짐의 문제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외국인 친구들이 시차 때문인지 일찍 잠드는 바람에―맙소사, 9시에 잠들다니!― 우리는 숙소 밖으로 나와 조용히 한담을 나누었다. 20대, 그리고 열정대학 학생들끼리 마음속에 품고 있는 걱정, 템플스테이를 통해 느꼈던 여러 가지 감상, 그리고 사찰 밥은 맛있는데 양이 적다는 불평 등 서로 허심탄회하게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나누었다. 그리고 늦지 않게 잠자리에 들었다.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마저도 고요하게 느껴지는, 사찰의 밤이었다.....라고 하면 좋겠지만 새벽 3시에 느닷없이 짖는 개 때문에 잠을 설쳤다. 아, 쌓이는 번뇌여.
새벽 참선, 느닷없이 찾아온 한줄기 깨달음
새벽 4시 30분. 준용 스님이 목탁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조용히 일어나 침구를 정리하고 새벽 예불을 위해 본당으로 올라갔다. 조용한 산 공기와 서늘한 기운에 잠이 싹 달아났다. 멀리서 새소리가 부산스럽게, 그러나 시끄럽지는 않게 들려오는 이 모든 상황이 평화로웠다.
새벽 예불을 드리고 나서는 다시 참선이 있었다. 전날의 저녁 참선과는 다르게 새벽이라 그런지 집중이 매우 잘되었다. 꼿꼿한 자세도 불편하지 않았고 산새 소리나 불어오는 바람이 집중을 방해하기는커녕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며 내 안으로 더욱 깊이 침잠하게 해주었다.
그러던 와중에 문득, 깨달음이라 부르기엔 거창하지만 최근의 내 고민을 해결해줄,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규칙이란 나를 얽매이는 사슬이 아니라 나를 방종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자유의 도구이다. 규칙을 이해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나는 규칙의 종이 되지만, 나 스스로 규칙을 이해하고 주도적으로 규칙을 실천에 옮긴다면 그것이 곧 나를 자유에 이르게 만들어 주는 길인 것이다.
자연은 이미 수억 겁의 세월을 그러한 법칙 속에서 살아왔다. 인간은 그 법칙에서 벗어나 방종과 파괴의 삶을 살면서도 자연 속에서 자유롭다고 느낀다. 이 얼마나 모순 같은 일인가.
나 스스로 규칙을 체화해 자유로워지고 자연의 품 안에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별 것 아닌 깨달음이지만 왜 내가 그동안 그토록 괴로웠는지 자유롭지 못했는지를 알게 해준 생각이었다. 이 날 얻은 깨달음을 소중히 안고 다시 새로이 살아가고 싶다.
먹는 것도 수행이다. 발우공양
그렇게 예불과 참선을 끝낸 후에는 아침 공양이 있었다. 아침 공양은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는 사람이 제일 신기하게 여기는 사찰문화라고 한다. 실제로 겪어보니 그럴 만도 했다. 단순히 ‘먹는다’라는 행위가 한없이 넓은 수행이 될 수 있었다.
<먹는 것도 수행의 일부. 발우공양>
발우공양은 매우 엄격한 수행의 하나다. 수행 중에는 절대로 소란스럽거나 큰 소리를 내면 안 되며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조심해야한다. 스님이 탁발할 때 쓰는 그릇인 4개의 발우(어시발우, 국발우, 청수발우, 반찬발우)를 조심히 내려놓고 먹고 싶은 만큼만 덜어서 공양을 한다. 이때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되며 적당량만 먹어야 한다. 그 이유는 뒤에 나오게 된다.
<4개의 발우로 공양을 한다.>
쩝쩝대는 소리나 모습을 보여주면 안 되며 단순히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보고, 향을 맡으며, 음식을 먹는 느낌, 음식의 맛, 왜 나는 이 찬을 먹는 지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돌아보며 공양을 하게 된다. 공양은 수행이기 때문에 먹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도 상관없다. 오히려 시간이 걸려도 찬찬히 먹고 삼키고 맛을 보며 마음을 닦아야 한다.
<발우공양때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음식과 물을 나누어주는 봉사를 진지라고 한다. 청수물을 진지하는 나>
평소에 먹는 것처럼 허겁지겁 먹지 않고 이 음식은 어디서 자라서 어떻게 내 입으로 오게 되었을까, 왜 이 음식은 이렇게 조리되었고 이러한 맛을 내게 되었을까, 나는 왜 이 음식을 먹고 있으며 나에게 이 음식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를 생각하다보니 단순한 식사가 아니라 새벽 참선과 같이 나 스스로를 갈고 닦는 과정이 되었다.
그렇게 식사가 다 끝나고 나서 숭늉과 단무지로 일차적인 설거지를 끝낸다. 어시발우, 국발우, 청수발우, 반찬발우를 돌면서 단무지와 숭늉은 남은 음식을 닦는다. 그리고나서 그 숭늉을 마시며 소중한 음식들을 버리지 않고 모두 먹는다. 그 후엔 청수발우의 물을 아까와 똑같은 순서로 각 발우를 돌며 손등으로 발우와 수저를 깨끗이 닦는다. 발우를 닦고 난 후의 이 물은 아귀도의 굶주린 아귀들이 먹는 양식이 되는데, 배가 남산만한데 비해 목구멍이 바늘구멍과도 같아 음식물을 먹지 못하는 아귀들은 발우를 씻고 난 이 물로 허기를 채우는 것이다. 그래서 고춧가루, 밥풀 하나라도 이 물에 남아있으면 목이 막혀 아귀가 고통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설거지를 끝낸 물에 밥풀이나 건더기가 남아있으면 깨끗한 청수물만 버리고 나머지는 다시 본인이 먹는다. 나 역시 밥풀 하나가 남아있어서 남긴 다음 다시 내가 마셨다. 외국인들은 이러한 문화에 기겁을 하고 놀랬지만 나는 아귀에게마저 자비를 베푸는 불가의 마음씀씀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하루 일하지 않은 자 하루 먹지를 말라.
사찰에서는 하루 일하지 않은 자 하루 먹지를 말라는 격언이 있다. 그 때문에 스님들은 하루에 일정 시간을 일을 한다. 이를 울력이라고 한다. 우리도 울력에 참가하게 되었다. 몇몇 친구들은 발우그릇을 씻는 일을 도왔고 나머지는 사찰 내를 쓸고 닦으며 청소를 했다. 참으로 희한한 것이 청소는 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찰을 청소한다는 생각에 정성을 다해 청소하게 되었다. 사찰의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수행이란 것을 새삼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차를 통한 자신과의 대화, 다도. 그리고 주지스님과의 다담
<다도를 위한 도구, 다기茶器>
울력이 끝나고 나서는 차를 마시는 다도를 배울 기회가 있었다. 속세에서 졸리면 커피를 마시듯이 스님들은 잠을 쫓고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차를 마신다고 한다. 그래서 불가에서는 차를 마시는 문화가 매우 발달했다고 한다. 뜨거운 물을 수구와 찻잔에 먼저 부어 달인 후, 찻잎을 다기에 담아 우려내고, 다시 수구에 담아 차를 마시는 일련의 과정들도 신기했지만 흔히 먹는 차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다도를 통해 차를 마시자 마음이 정돈되고 차분해지는 게 신기했다. 차의 색을 보고, 차의 향을 맡고, 차의 김을 느끼며, 차의 맛을 음미하는 다도를 통해 말없이 차를 마시는 시간이었지만 서로서로 무언으로 무언가를 공유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불가에서 말하는 이심전심, 염화미소가 이런 느낌일까?
<다도는 정성을 다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대화하는 수행이다.>
<깨끗한 차의 색. 마음마저 차분해진다.>
다도 시간이 끝나고 난 후에는 주지스님과의 다담이 있었다. 21살에 출가해 33년간을 수행을 해오신 주지스님과의 다담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귀한 시간이었다. 20대들의 고민, 외국인들의 불가에 대한 호기심, 불가에서 말하는 가치 등이 주지스님의 입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정말 녹음하고선 계속 듣고 싶을 정도로 귀중한 말씀이었다. 최근의 내 고민을 말씀드리니 시원한 해결책을 주셨다. 내 결정에 언제나 후회와 불안이 따랐는데 주지스님의 말씀에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주지스님과의 귀중한 대화, 다담>
특히 주지스님께 열정대학을 설명해드리니 매우 흡족해하시면서 좋은 곳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나중에 절을 나가기 전에 우리 중 한 명이 출가하면 좋겠다고 농을 건네실 정도였다.
다시 세속으로, 찌는 듯한 더위와 찾아온 사찰의 그리움
<사찰 안에서 이러면 안됩니다ㅋ>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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