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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의 여행 - 8(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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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현장 작성일12-03-15 16:34 조회6,54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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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계의 여행(8)

진리 중의 진리요, 최고의 진리라고 믿어 의심할 구석이 조금도 없는 불교의 교리 중에 가끔씩은 머리가 갸웃거려지는 부분이 있을 때가 있는데요. 제가 “이건 좀 이상하다. 뭔가 어폐가 있다. 앞의 말하고 뒤의 말이 틀리다” 이런 생각이 드는 부분은 거의 다가 부처님의 오리지널 설법이 아니라 후대의 첨가물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방대한 불경 중에도 부처님의 설법이라는 증거가 불분명한 말씀들을 전해주는 후대의 위작 내지는 첨가된 불경들이 있습니다. 워낙 불경이 방대하다 보니 어느 것이 진짜 오리지널 설법이고 어느 것부터가 후대의 창작인지 구분하기가 힘든 것도 있습니다. 이런 진위가 불분명한 불경들을 위경이라고 해서 진경에는 없고 위경에만 있는 설법이나 교리는 전부 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과격론자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위경 시비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문제이며, 쾌도난마식의 결론을 내기보다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신중하고 사려깊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육도에 포함되어서 그것의 진위여부를 따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아수라(阿修羅)”의 문제도 그렇습니다. 원래 부처님 당대에 설법하신 욕계에는 지옥, 아귀, 축생, 인간, 천상의 5도 뿐이었습니다. 탐진치의 세계가 3곳이며 탐진치를 벗어난 세계가 2처입니다. 아수라는 인도의 신화에 나오는 전쟁의 신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마르스와 비슷한 신입니다. 이 전래의 신을 후대에 축생과 인간 사이에 하나의 등급으로 추가시켜서 부처님의 정교한 프레임을 구겨 놓은 것입니다.

부처님의 설법은 가감이 불가능하고 해서는 안될 만큼 치밀하고 정교합니다. 5도윤회의 프레임을 아는 자라면 여기에 아수라 같은 군더더기를 끼워 넣을 수 없다는 것을 생각했을 텐데 그때나 지금이나 눈이 당달봉사인 사람들은 부처님의 정교한 프레임을 볼 수가 없어서 당시의 민중들에게 영향력이 컸던 아수라라는 귀신의 집단을 신성한 윤회의 장에 끼워 넣고 말았던 것입니다.

그 덕분에 육도윤회의 시스템은 다소 공상적이고 우화적인 이야기로 바뀌게 됩니다. 수라 세계의 왕인 아수라가 군대를 이끌고 제석천왕과 전쟁을 하며 그 전쟁터 이름을 아수라장이라고 한다는 차원의 이야기가 이 세계의 실상을 설명하는 윤회론과 병립할 수 없다는 것은 한눈에 뻔한 일이라 하겠습니다. 대학교수의 논문 속에 초딩이가 보는 만화를 끼워놓은 택입니다.

인간이 전쟁을 하는 이유는 아수라의 마음이 별도로 있어서가 아니라 탐진치의 3독이 극대화되고 집단화되고, 대규모화 된 행위인 것입니다. 전쟁을 일으키는 마음은 분노와 탐욕과 어리석음이라는 세 가지 마음의 격렬하고 집단적인 분출인 것입니다. 탐진치의 3독 외에 전쟁을 일으키는 별도의 마음이 없는 것이기 때문에 - 만약 있다면 부처님이 설명을 하셨겠지요 - 아수라라는 세계는 뱀발이나 마찬가지요, 없는 것이 훨씬 나은 옥상의 옥에 지나지 않습니다.

부처님이 직접 그렇다고 말씀하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수라에 대한 설명은 제외합니다. 다만 오랜 세월 동안 누구나 다 육도윤회라고 말을 해왔고. 윤회의 장에 아수라가 있는 것이 부처님 말씀인 것처럼 사람들이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오도윤회라는 말 대신에 육도윤회라는 말을 계속 쓸 생각이라는 것도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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