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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 법안스님의 한신대 강연 [“약자가 살만한 세상이 삼적광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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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9-04-11 09:36 조회6,83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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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가 살만한 세상이 삼적광토”
 
신중일 (발행일: 2009/04/04) icon_mail.gif



한국은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사회이다. 종교백화점이라고 불리울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종교에 대한 적확한 이해와 배려는 한국사회가 가져야할 중요한 덕목이다. 한신대 종교문화학과는 올 상반기 동안 ‘한국 종교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첫 번째로 실천불교승가회 대표 법안스님(오른쪽 사진)의 강의가 진행됐다.
법안스님은 종교학도들에게 한국불교의 실상과 종교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려줬다.〈편집자 주〉

한국사회 소수자에 대한 배려 없어
종교는 민중과 함께 해야 살아남아
물신화하는 한국 종교에 ‘쓴 소리’

“사찰과 교회·성당은 위압적이며 고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주와 헌금을 신도들에게 강요하고 있습니다. 현대에 오면서 점점 물신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종교는 민중과 괴리돼서는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민중과 함께 해야 합니다.”

3월 31일 한신대 병점캠퍼스에서 열린 연속 강연 ‘한국 종교를 말하다’ 첫 연사로 나선 실천불교승가회 대표 법안스님(금선사 주지)은 한국의 종교가 가야할 길이 민중과 소수자·약자와 함께하는 데 있다고 강조했다.

법안스님은 이날 강의에서 대부분 신학도인 학생들에게 한국 불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며 말문을 열었다. 특히 한국불교가 전래 과정에 만들어진 호국불교에 대해서 좋은 현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호국불교는 나라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정작 좋은 의미가 아닙니다. 호국불교는 사실 왕실·귀족불교의 영향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지배 이데올로기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지요. 정작 민초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사상은 지금도 남아 있습니다. 요즘도 개신교에서 국가 조찬 기도회를 열기도 하고, 불교는 기원법회를 열기도 합니다.”

법안스님의 강연은 자연스럽게 종교와 정치 권력과의 관계로 이어졌다. 스님은 종교가 약자의 편에 서서 이들을 대변해야지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미 가톨릭의 성장에 비춰 기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법안스님은 이런 가톨릭의 성장에서 민중과 함께 하는 종교가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종교는 정치권력에 의지하지 말고 민중에게 다가서야 합니다. 조선시대 들어 불교가 중심에서 밀려나 산으로 들어갔지만 이로 인해 민중과는 더 친숙해 졌습니다. 불교가 억압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중과 함께 하는 종교가 돼야 한다는 교훈을 얻기도 했습니다. 불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복·치마·산중 불교에서 벗어나 민중과 함께 해야 하는 데 아직은 미흡한 상황입니다.”

스님은 이어 불교 수행자로서 바라본 개신교의 모습에 대해서도 말했다. “동적이지만 폐쇄성이 강하다”라고 운을 뗀 법안스님은 교회가 울타리를 낮춰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종교화합에 대해서는 종교지도자들의 표면적인 만남보다는 서로 자자와 포살을 할 수 있는 강연과 공론의 장들이 이어져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또한 법안스님은 불교계를 비롯한 개신교·가톨릭 등 현대 종교가 물신화의 늪에 빠져있다고 지적했다.

“개신교나 불교나 현대에 와서 물질을 추구하는 경향이 너무 강해졌습니다. 거대화·자본화를 추가하다보니 정작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에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을 외면하면 종교로서의 가치를 잃어버립니다. 종교는 항상 약자에 있어야 합니다. 소수자와 약자를 배려해야 합니다.”

법안스님은 이어 현재 한국사회가 소수자와 약자를 전혀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근 축소된 인권위에서 이를 볼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물을 담은 투명한 컵에 잉크를 한 방울 떨어뜨리면 금방 탁해집니다. 이를 두면 그대로 침전되고 더 시간이 흐르면 밑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굳어버립니다. 지난 10년은 굳어버린 침전물들을 걷어내는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진상위나 인권위가 현 정부에 들어와서 축소되고 있습니다. 다시 침전물이 쌓이고 있는 것입니다. 종교는 소수자들을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의로움을 위해서 핍박 받는 자여, 천국의 너의 것이라’는 예수의 산상수훈과 중생의 고통과 함께 하는 것이 보살의 삶이라는 말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런 것들이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된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이요, 불국토일 것입니다.”

법안스님은 마지막으로 학생들에게 〈벽암록〉 한 구절을 인용하며 마무리 했다.

“〈벽암록〉에 따르면 ‘인생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바로 오늘이다’라고 했습니다. 오늘 귀중히 살며 내면을 성찰하고 내가 어려워도 나보다 힘든 이들을 돕는 사람들이 됐으면 합니다.”

오산= 신중일 기자 bono98@jub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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