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통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기어코 조희대 대법원장 사퇴 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조희대 사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근본적 불신이 강하게 작동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 구속 영장 기각 등 일련의 흐름을 봤을 때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 종식'이란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가 팽배해진 것이다. 특히 사법부 스스로 자정할 시간을 줬는데도, 반성은커녕 전국법원장 회의 개최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것 자체가 입법 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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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속 조치가 지지부진하고, 특검법 여야 합의 파기 등으로 국정 동력이 흔들리자 이를 회복하려 사법부와의 전면전을 더 세게 선포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검찰개혁이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사법부로 새로운 개혁 타깃을 내세워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고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안정적으로 내란 종식 프레임을 끌고 가려는 계산이다. 일각에선 사법부 기강을 확 잡아 이재명 종합주가지수전망
대통령 사건 관련 공소 취소 등 사법 리스크 해소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시각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을 주제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기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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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승인' 떨어졌다?
민주당의 '사법부 때리기'는 지난 11일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폭주했다. 이 대통령이 "대한민국 권력의 서열이 분명히 있다"며 "최고 권력은 국민주권, 그리고 직접 선출 권력(입법부), 간접 선출 권력(사법부)"이라고 역설한 것이 도금호산업 주식
화선이 됐다. 투표로 선출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이 사법부보다 우위에 있다는 취지로, 사법부 압박에 비교적 신중했던 여당의 고삐도 풀리기 시작했다. "내란전담재판부가 뭐가 문제냐"(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며 자진 설치를 촉구한 지 하루 만에 15일 조희대 사퇴 목소리에 이어 탄핵 카드까지 전방위로 꺼내들었다.
이 대통령의 사법부 견제 헤스본 주식
발언은 검찰·언론 개혁 등에 앞장설 때마다 '신중함'을 주문했던 기존의 태도와는 이례적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조희대 트라우마'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조 대법원장은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이재명 당시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뒤집고 고법으로 돌려보내 선거판에 파장을 일으켰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재판을 준비하고 있다. 뉴시스


이처럼 불신이 큰 상황에서 내란 재판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초강수 압박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장경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재판부는 한 달에 최대 10~15번 정도의 재판을 했는데 지금은 2~3번"이라며 "재판부가 빠른 내란 종식을 바라는지 의구심이 있다"고 했다. 여권에서는 "사법부를 압박해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구속 재판 등 향후 내란 재판에서 야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판결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희대 재판부가 사과를 하거나, 변화할 시간을 줄 만큼 줬다'는 게 민주당의 내부 기류다. 지도부 한 의원은 "그동안 사법부의 자정 노력을 기다릴 만큼 기다렸지만, 사실상 개선 의지가 없다는 게 전국법원장회의에서 확인됐다"며 "우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없어진 것"이라고 했다. 전국법원장임시회의가 지난 12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 속도전에 '우려'하는 목소리를 낸 것을 겨냥한 발언이다. 전국법원장회의는 법원행정처장을 의장으로 각급 법원장이 참여하는 사법부 최고위 협의체다.
국정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목적도 있어 보인다. 내란·김건희 여사·채 해병 3대 특검법에 대한 여야 합의 파기를 둘러싼 민주당 내 잡음에서 시선을 돌리기 위해 사법부 때리기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한미 관세 협상 후속 조치 지연과 미국 조지아주 구금 사태 등으로 이 대통령이 난처해진 상황에서 정치적 시선을 돌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야당은 '사법부 독립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며 강경 비판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장 사퇴를 압박하는 자체가 헌법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권위주의 시대에도 사법부에 대한 이런 노골적인 겁박과 헌정질서 문란행위는 없었다"고 했다. 내란전담 재판부 설치를 두고도 "개별적으로 재판부를 만들고 싶다면 민주당 사건은 무조건 무죄를 주는 '민주당 무죄 전담재판부'를 만들라"고 했다.
민주당은 '지귀연 재판관 교체' 여부를 지켜본 후 실력행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 한 의원은 "지 재판관 교체가 최소한의 성의 있는 조치라고 본다"면서 "실제 지켜지지 않을 경우 내란전담 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민주당에서는 "조 대법원장은 법률과 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탄핵 대상"이라며 조희대 탄핵 카드까지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