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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은 지켜봐제인 구달이 침팬지와 악수하고 그 뒤로 다른 각종 동물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표현한 그림 ‘자연의 대사’. 제인 구달은 이 그림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온갖 곳에 사용했다. 지난여름 동물들을 추가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지만, 끝내 때맞춰 그림을 완성해 보내지 못했다. 필자 제공마음의 준비라는 것은 없다. 적어도 그것이 내가 도달한 결론이다. 이미 90세를 넘긴 나이, 확연히 약해지는 기력, 모두 알고 있었다. 그 상태로 매년 빡빡한 일정을 강행군하다간 무슨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 그와 같은 일이 일어났다. 마음의 준비는 했지만, 아무것도 완화되지 않았다. 제인 구달(1934~2025.10.1)이 세상을 떠났다주식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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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위한, 자연을 향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지구에 끼친 엄청난 영향력을 매일 마주하기에 스스로 인간이라는 사실이 특별히 자랑스럽지 않을 때가 많다. 자연의 처지는 외면한 채 인간사회의 동향에만 반응하는 세태가 못마땅하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생각일랑 완전히 잊고 하던 일을 멈춘 채 가만히 하늘을 응시하며 한 사람을 생각하게 삼보판지 주식
할 때가 있다. 제인 구달이 더 이상 없는 세상이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내게는 그렇다.
인류의 자연관 자체를 바꾼 생애
나는 제인 구달이 한국에 올 때마다 그 자리에 있었다. 1996년 첫 방한 때는 방청객으로서 멀리서 혼자만의 인사를 건넸지만, 그 후로는 줄곧 국내 일정의 실무자를 맡아 가까이에서 모실 영광을 얻었다. 처대동공업 주식
음 공식 접견할 당시 본부로부터 각종 주의사항을 받았는데, 그중엔 그가 너무나 많은 사람을 만나기 때문에 누가 누군지 얼굴을 잘 구분하지 못할 수 있으니 유념하라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한국 팀원들을 그림으로 그려서 드렸다. 그림이 쓸모가 있었는지 몰라 행사 후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슬쩍 질문을 드렸다. 제인 구달은 주저 없이 답했다.모바일 릴게임
“물론 기억하지! 저번에 너희 어머니도 만나지 않았느냐?”
자연·환경 분야의 톱스타 격인 제인 구달은 가는 데마다 인파가 몰려들었다. 강연장은 언제나 만원이었고 사인회는 2시간 이상 걸리기도 했다. 나는 그 유명세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리하곤 했다. 다른 무엇보다 인류의 자연관 자체를 바꾼 그의 생애, 그중에서도 야생동물의 삶 속으로 안전 검증 릴게임
직접 들어간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젊은 여성이 단신으로 먼 아프리카 밀림으로 들어가 침팬지 무리에 직접 합류하여 그들과 하나가 되어 수십 년 동안 연구했다는 그 기가 막힌 역사. 그리고 그 독특한 생애 덕에 그토록 반목하던 인간과 동물의 두 세계가 서로 겹치고 열리게 되었다는 사실. 그것이 어떤 근본적인 차원에서 사람들의 가슴에 와 닿는 무엇이 아닐까 한다.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힘으로써 인간이란 과연 어떤 존재인지 재정의하게 한 인류사에 남을 그의 학문적 업적들도 그의 고유한 삶에서 파생한 결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한 것이었으리라.
책 ‘제인 구달, 침팬지와 함께한 50년’의 한 장면. 궁리 제공
포괄적이고 평등한 실천 ‘뿌리와 새싹’
동물 사회의 일원이 된 삶의 노력과 성과가 과학적인 지식을 생산하는 데에 그쳤다면 모든 것이 달랐을 것이다. 오늘날 제인 구달이 진정한 세계시민으로서 갖는 면모는 활동가가 되면서 시작되었다. 그 변화의 시점조차 분명하다. 1986년 시카고에서 열린 “침팬지를 이해하다”라는 제목의 학회에서 제인 구달은 본인의 표현을 빌려 “과학자로 왔다가 활동가로 나섰다.” 침팬지들이 자연 서식지의 파괴로 인해, 그리고 실험동물로 사용되는 과정에서 모진 고통을 겪는다는 것을 깊이 깨달으면서 일어난 변화였다. 그때부터 제인 구달은 매해 300일 이상 세계를 돌아다니며 환경생태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고, 우리의 행동을 촉구하는 일을 자신의 업으로 삼았다. 정확히 마지막 순간까지 말이다.
제인 구달의 지구 생명에 대한 소명 의식이 아니었다면 나 역시 그를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한국에서 최초로 야생 영장류를 연구한 사람으로서, 책과 논문으로 무수하게 접한 전설적인 인물로만 여겼을 공산이 크다. 그런데 그가 세상으로 나아간 덕에 나의 세상으로도 들어왔고 그로 인해 나도 한 발짝 더 내딛게 된 것이다. 제인 구달은 직접적인 언어로 요청·독려하지 않아도 사람을 움직이는 힘을 갖고 있었다. 오래된 나무와 같은 자비로운 자태로 지그시 바라만 보아도 당장 일어나 뭔가를 하게끔 하는데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바랐던 건 언제나 딱 한 가지였다. 지위가 높든 낮든, 어떤 상황에 있든, 누구든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 그것뿐이었다.
모두를 향한 가장 포괄적이고 평등한 의미의 실천을 표현한 것이 그의 ‘뿌리와 새싹’ 활동이다. 뿌리와 새싹은 얼핏 작고 약해 보이지만 자라서 단단한 돌벽도 허물 수 있다는 뜻으로, 개인 각자의 실천을 핵심에 두는 국제적 풀뿌리 환경운동이다. 나는 뿌리와 새싹 한국 지부장을 예전부터 맡아왔다. 침팬지 연구업적과 비교하면 뿌리와 새싹을 아는 사람은 현저히 적지만, 제인 구달에게 더 중요했던 것은 후자였다고 나는 말할 수 있다. 방문 때마다 있었던 행사에서 청중이 묻는 말 대부분에 그는 뿌리와 새싹 운동에 참여해달라고 답을 했다. 특히 말년엔 거의 ‘깔때기’에 가깝게 뿌리와 새싹이라는 대답으로 일관해 사람들이 웃기도 했다. 하지만 제인 구달은 그 웃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다. 바로 행동하면 될 일인데 뭐가 웃기지?
마음의 숙제를 안고 안녕을 고한다
제인 구달은 전 세계를 돌며 각국의 수장과 정치가, 기업가, 종교인, 사회 지도자 등을 만나 국제적 이슈와 지역적 현안을 제기하며 해결을 촉구했고, 수도 없는 국제회의와 학회에 찾아가 실천을 호소했다. 어딜 가나 수천, 수만 명씩 사람들을 만나며 ‘희망의 이유’를 역설하며 포기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생활에서의 실천도 놓치지 않았다. 호텔 대신 늘 같은 대학교 기숙사 방에서 묵었고, 소박한 채식 식사를 적은 양만 드셨다. 지나친 조명은 끄자고 부탁하고, 식당에서 필요 이상으로 물을 채워주려 하면 사양했다. 일회용 컵 대신 가방엔 오래된 머그잔이 상비돼 있었다.
제인 구달이 2023년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당시, 공항에서 배웅하며 촬영한 사진. 필자 제공
그것을 알게 된 건 제인 구달이 2023년 한국을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였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그를 나는 공항까지 배웅했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다는 그의 요청에 공항에선 일회용기를 주로 써서 다회용기가 없을 것이라고 하자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가방에서 컵을 꺼내던 모습을 난 잊을 수 없다. 그러고 나서 덧붙였다. “일요일인데 어서 집에 가서 쉬지 그래.” 당시에 이혼을 겪은 지 얼마 안 되었던 나는 “돌아가 봤자 혼자라 괜찮다”고 답했다. “왜 얘기를 안 했냐”는 그의 말에, 속으로 ‘어찌 제인 구달에게 그런 시시콜콜한 얘기를 할 수 있겠냐’며 대충 둘러댔다. 그러자 그는 내 손을 부드럽게 잡으면서 말했다. “그게 친구 사이잖아.”
마지막 대화는 지난여름의 이메일이었다. 나는 일찍이 제인 구달이 침팬지와 악수하고 그 뒤로 다른 각종 동물이 줄지어 있는 ‘자연의 대사’라는 제목의 그림을 그렸다. 제인 구달은 이 그림을 진심으로 좋아했고 온갖 곳에 사용했는데, ‘동물들을 추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코끼리(이미 코는 있지만), 하마, 천산갑, 혹멧돼지, 하이에나, 그리고 소랑 돼지(분홍색). 참 그리고 당나귀도!” 꼭 그러겠노라고 약속하고서 난 끝내 때맞춰 그림을 완성해 보내지 못했다. 영원히 짊어질 수밖에 없는 이 마음의 숙제를 안고 제인 구달에게 안녕을 고해본다. 부디 편안히 쉬시길. 너무도, 너무도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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