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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바람이 분다. 달리기도 좋고 여행을 떠나기도 제격인 날씨다. 무얼 할지 고민된다면 모두 해보는 건 어떨까. 최근 러닝이 인기를 끌며 여행지에서 달리기를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이름하여 ‘런트립(run+trip·달리기+여행)’.
“색다른 코스를 달릴 생각에 몸이 들썩들썩하시죠? 그래도 준비운동을 빼놓을 순 없죠.”
전북 군산 무녀도 제2전망대 인근 공터. 박명현 감독이 목을 둥글게 돌리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마라톤 국가대표 출신인 박 감독은 러닝 전문기업 ‘런콥’에서 달리기 수업과 런트릴게임용의눈
립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런트립은 2023년 시작됐다. 그중 군산 코스는 지난해 4회 진행했는데, 많게는 60명 가까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이번엔 비 소식이 있었음에도 20명 넘게 모였다. 100㎞ 산악 마라톤을 하던 이부터 올해 달리기를 시작한 초보까지 가지각색이다.
몸을 푼 참가자들이 두줄로 나란히 섰다. 달려볼 코스야마토릴게임
는 5㎞로 무녀도·선유도·장자도 일부를 횡단하게 된다. 백미는 섬을 잇는 다리를 건널 때다. 다리는 총 3개가 있는데,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선유대교, 장자도로 향하는 장자대교와 장자 스카이워크다. 그럼 달려볼까. 박 감독이 선두를 맡고 참가자들이 그 뒤를 따른다. 온몸으로 공기를 가르는 상쾌함에 점점 속도가 붙는다.
“와, 바다다!”하이티비
“숨이 탁 트이네!”
첫 다리인 선유대교가 나타나자 환호성이 터졌다. 양옆으로 끝없이 펼쳐진 바다. 흰 갈매기 여럿이 끼룩끼룩 울며 하늘을 장식한다. 다들 멈춰 휴대전화에 풍경을 담았다. 평소 런트립을 즐긴다는 참가자 한지훈씨는 “가슴을 활짝 열고 숨을 크게 들이쉬어보라”며 “런트립의 묘미는 바람에 실린 자연의 냄새를 맡는 것”이라고 사람인에이치알 주식
말했다. 짭조름하고 습한 바다향을 훅 들이마시니 군산이 새롭게 다가왔다. 앞서 뛰던 박 감독이 뒤를 돌아봤다.



달리기와 여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런트립. 색다른 코스를 달리는 재미에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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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 선유도를 횡단할 겁니다. 쭉 따라오세요!”
런트립이니 러닝도 소홀히 할 순 없을 터. 이제 30분을 내리 달릴 차례다. 박 감독은 “몸이 흔들리지 않게 중심을 똑바로 잡고 뛰어야 한다”며 “팔치기는 팔꿈치를 뒤쪽으로 살짝 보낸다고 생각하며 하라”고 조언했다.
첫 5분이 지나자 참가자간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달리기 초보인 기자는 맨 뒤로 밀려났다. 따라잡고자 애썼으나 오르막길이 나왔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운 다리로 뛰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터질 듯한 심장 소리가 머리를 울려댔다. 그간의 고민·걱정은 다 사라지고 달리고 있다는 감각만이 가득했다. 신기하게도 마음은 홀가분해졌다. 세상에 고요한 섬과 뛰는 나만 남은 듯이.
다시 바다가 보인다. 30분을 달려낸 것이다. 장자대교를 먼저 건넌 이들이 “파이팅!” 응원을 보낸다. 반가운 목소리에 서둘러 가자 고소한 냄새가 풍겼다. 장자도 ‘호떡마을’에 도착한 것이다. 박 감독이 “하나 먹고 갈까요?”라고 묻자 참가자들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인다. 너도나도 갓 나온 호떡을 받아 들었다. 한입 베어 물자 황갈색 꿀이 터져나왔다. 강렬한 달콤함에 다시 기운이 솟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장자 스카이워크다. 바닥이 철망과 유리로 돼 있어 발아래로 바다가 훤히 보인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백경수씨가 투명한 유리 위에서 달리는 포즈를 취하자 “멋지다” “이런 그림이 어디 있겠냐”며 감탄이 쏟아졌다.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여행 분위기는 한껏 무르익었다. 한씨는 “군산을 온몸으로 겪은 것 같다”며 “잊지 못할 코스였다”고 땀을 닦으며 웃었다. 러닝을 마치곤 군산 대표 음식인 해물짬뽕을 먹었다. 달린 뒤라 입맛이 도는 것도 런트립의 매력이란다.



러닝을 마치곤 군산근대역사박물관과 초원사진관에 들러 군산의 매력을 만끽한다.








“이제 여유롭게 군산을 둘러볼까요? 군산근대역사박물관은 꼭 가보세요.”
박 감독의 추천을 받아 방문한 박물관엔 일제강점기 군산의 거리부터 시민과 학생이 벌인 독립운동 자료까지 자세히 전시돼 있었다. 백씨는 “군산이 호남지역 최초로 독립 만세를 한 곳”이라며 한쪽에 마련된 옛 교복을 입어보기도 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은 ‘초원사진관’을 찾았다. 이곳은 ‘8월의 크리스마스’(1998) 촬영지다. 특히 사진사인 정원(한석규 분)이 영화 속에서 찍은 할머니와 다림(심은하 분)의 사진을 볼 수 있어 인기가 많다. 어느새 친해진 참가자들은 여행에서 인증사진은 필수라며 사진관 앞에서 환히 미소 지었다.
여행을 즐길 방법은 많다. 그러나 온몸으로 여행지를 만끽하는 경험은 드물다. 올가을엔 런트립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오감으로 느낀 선명한 추억이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