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體露金風(체로금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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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08-10-29 20:32 조회11,754회 댓글6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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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로금풍(體露金風)

                                                                   법안 / 주지스님

 

가을의 복판에 이르렀다고 하는 추분(秋分)입니다. 그러나 한 낮의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이상기후현상이 9월말까지 이어진다고 하니 우리나라도 아열대기후로 바뀌고 있는 듯합니다. 요즈음 절집의 분위기가 여름기온이 가시지 않은 것 마냥 뜨겁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각종 사회적 갈등이 커지더니 급기야는 종교차별 갈등에까지 이르러 지금까지 평온무사하게 지내온 종교계까지 신뢰의 벽이 깨지지 않을까 심히 걱정이 큽니다. 어떤 천주교 원로 신부님은 개신교와 천주교는 불교계에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200년 된 천주교와 120년 된 개신교가 이 땅에 들어올 때 다수를 점하고 있던 불교계는 전혀 반대하지 않았으며 때론 공격적인 선교를 함에도 관대하게 대해준 불교계에 대한 처신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1945년 일제로부터 해방된 직후 미군정이 들어와 크리스마스를 국가 경축일로 지정하였습니다. 1948년 정부수립 초대 대통령 이승만(감리교 장로)은 제헌국회 임시의장을 맡아 개원식에서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는 취지로 이윤영목사의 기도를 청해 식순에도 없는 기도행사를 진행합니다. 아울러 기독교방송이 민영방송이라는 명분하에 1954년에 허가 됩니다. 그래서인지 40만이였던 기독교 신자수가 이승만 집권 12년 만에 100만명(1960년)으로 3배가 늘어납니다. 부처님오신날이 국가경축일로 지정받은 것은 사법부를 통한 재판과 불자들의 종교형평에 대한 강력한 항의로 문제제기 14년 만인 1975년에 이르러 제정됩니다. 1992년 문민정부를 표방한 김영삼 대통령(기독교장로)은 전국에 산재해 있는 무인가 신학대학을 합법화 시켜줍니다. 그로인해 매년 3000명 이상의 신학생들이 배출됩니다. 현재 군내의 정훈장교의 50%이상이 신학교 출신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일부 공직자들을 중심으로 홀리클럽을 만들어 국민의 세금인 시도 예산을 기독교 복음화(성시화)를 위해 쓰겠다고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소망교회장로)은 서울시장 재직시부터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 하겠다는 발언을 비롯해 청계천 준공식 때의 발언, 사찰이 무너져라 주장하는 기독교 청년대회의 격려 메세지를 비롯한 여러 차례 종교편향의 논란을 일으키는 중심에 서있었습니다. 급기야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중앙, 지방정부 가릴 것 없이 공공영역을 통한 사람과 기관을 이용한 선교행위가 아무 거리낌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공공성의 영역이 마치 기독교영역으로 착각될 정도로 아예 내놓고 노골적으로 진행합니다. 사실은 보수기독교 원리주의자들은 이러한 문제제기를 하면 무엇이 문제인가 하고 도리어 역정을 냅니다.

 

불교계에서 종교차별 행위에 대해 대통령께 사과를 요구하였는데 본인은 무엇을 사과해야 될지 모르겠다고 합니다. 본인의 구체적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이 일부 공직자들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만 갖고 유감스럽다고 합니다. 불자들은 대통령의 진정성이 담긴 사과와 위로를 듣고 싶은 것이지요. 미국 부시대통령의 방한시에 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님이 초청되어 함께 기도합니다, 많은 공직자들은 조목사를 비롯한 보수교회목회자들이 대통령과 잘 소통되는 분들로 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천주교신자인 어청수 경찰청장이 순복음교회 복음화금식대성회에 조목사와 나란히 포스터를 찍어 전국 경찰서에 홍보하게 합니다. 이러한 공직자들의 태도는 특정종교의 실력자에게 줄을 서게 하고 기독교외의 다른 종교를 믿는 공직자들에게는 심리적 위축을 주는 차별과 편향을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하기에 불교계에서는 15만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강력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종단의 큰스님 몇 분에게 인사드리고 양해를 구하면 통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 나라는 너무 많은 부분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에 의해 감내 할 수 없을 정도의 종교차별행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8월27일의 범불교도대회는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하겠습니다. 가장 살기 좋은 세상은 고통이 존재하지 않은 열반, 정토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그러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개인적으로는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고 집단적으로는 화합과 자비를 실현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종교라는 이름으로 행하게 됩니다. 우리가 올바른 불자라면 고통에 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그와 함께 고통을 나누는 의미에서 눈물을 닦아주는 수고로움은 해야 하지 않을까요. 불교를 이 땅에서 진리의 가치로 인정한다면 더 이상 무시하고 폄하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공공영역에서 만큼은 종교차별행위가 더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체로금풍이란 가을바람에 잎이 다 떨어지면 나무의 본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곳에 맑은 가을바람이 충만하다는 뜻입니다. 무더운 여름 끝에 찬바람이 이는 가을에 나 자신에 대한 성찰과 불자로서의 성찰이 우리사회가 평화로운 사회로의 성숙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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