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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민병기 특파원, 정지연 기자
한·미 간 관세 합의에 따라 한국이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 달러(약 490조 원)의 투자 방식 등을 두고 한·미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투자 방식에 대한 합의가 관세 인하의 전제조건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 하워드 러트 제2금융연체 닉 상무장관은 아예 일본의 투자 금액(5500억 달러)에 가깝게 투자액을 늘리라고 압박하는 한편, 투자 방식도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는 일본식 합의를 수용하라고 압박했다. 미국의 입장이 더욱 완고해지는 모양새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까지 합의를 마치려는 한국 측 구상이 통할지 미지수다. 자칫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 생애최초 주택구입자 국 국가주석, 새 일본 총리와 무역 합의를 일단락할 때 한국은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국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미 사업권 인수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우리는 다른 나라들로부터 결코 제대로 대우받지 못했지만, 이제는 잘하고 있다. 우리가 이토록 잘한 적은 없었다”며 유럽연합(EU 채무통합 ), 일본, 한국 등이 무역 합의에 따라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선불(up front)”이라고 했다. 합의대로 투자가 이뤄져야 관세 인하가 뒤따를 것이라는 취지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관계자들에게 대미 투자액을 좀 더 증액해 달라고 요구하고 동시에 대출이 아닌 현금으로 제공되는 비율이 더 높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월스트 증명발급신청 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3500억 달러 대미 투자 패키지를 두고 한국은 지분 투자를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대출과 보증으로 하려고 하지만, 미국은 지분 투자 방식으로 달러를 한국에서 받아 투자처를 미국이 결정하고 투자 이익도 미국이 90%를 가져가는 등의 ‘일본식’ 합의를 요 건축규제완화 구하고 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와 한국과의 무역합의가 어떻게 이뤄지는지가 미국이 수십 개 국가들과 진행 중인 광범위한 관세 협상을 평가하는 핵심 바로미터라고 지적했다. 일본 방식대로 한국과도 합의를 끌어내야 향후 다른 나라와의 협상이 용이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만큼 미국 측이 완강하게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도 나온다.
한편 세계무역기구(WTO) 임시 이사를 지낸 제시 크라이어 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는 이날 워싱턴DC 한미의회교류센터 세미나에서 “대법원이 1·2심에 이어 대통령의 상호관세 권한을 제한하더라도, 미국이 과거의 ‘개방 경제’ 체제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며 “전 세계와의 무역 관계를 바꾸겠다고 마음먹은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무역 도구는 매우 다양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이 상호관세 조치를 위법으로 판단하더라도 트럼프 행정부가 다른 법 조항을 적용해 관세 압박을 이어갈 것이라는 의미다. 크라이어 교수는 대통령에게 국가 안보 위협 시 품목 수입 제한 권한을 부여한 무역확장법 232조, 무역협정을 위반하거나 불공정한 무역 관행으로 피해를 주는 외국을 조사해 제재하는 무역법 301조 활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한국은 법적 판결이 모든 상황을 되돌려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실용적 차원에서 협상 가능한 합의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병기·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