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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25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에서 북한의 핵 개발을 ‘체제 유지’용으로 규정하고, 남한이 북한을 위협하는 것처럼 발언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LA에서 “핵과 미사일 보유가 외부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북한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고 말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서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 필요한 핵무기는 이미 충분히 확보한 것으로 보여진다”,“한반도에서 군사 예금적금이자 적 긴장에 대한 우려는 다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북한을 자꾸 다른 이유로 자극하고 도발한다”고 발언했다. 이는 북한의 핵 개발을 ‘체제 유지’ 차원으로 정당화하는 듯한 뉘앙스를 담았을 뿐 아니라, 한국이 문제를 일으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2002년 제2연평해전 참수리 피격 사건, 201 저축은행 대부업체 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등 수차례 도발을 자행해왔다. 모두 북한의 정치적 필요에 따른 군사적 행동이었으며, 한국이 먼저 선제적으로 도발한 사례는 없다. 김정은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내세우며 김일성을 모방해 ‘영토 완정(完整)’까지 거론하는데, 자칫 이 대통령의 발언은 북한의 호전성을 간과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ibk자산운용 외교안보 부서의 전직 고위 관리는 “북한의 핵 개발과 핵실험, 무장 공비 침투, 목함 지뢰 사건, 드론 침투 등이 모두 북한의 도발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이 마치 우리가 문제를 일으킨 것처럼 인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美 투자자들 앞에서… 한미동맹 강조 대신 北의 핵 보유 입장 대변
전문가들은 이 대 일산농협햇살론 통령의 발언이 북한의 핵 보유를 정당화하고 대변하는 듯한 효과를 냈다고 우려한다. 북핵 개발을 단순히 ‘체제 유지’로만 단정할 수 없는데, 대통령이 앞장서서 그렇게 언급한 것은 문제가 크다는 것이다.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김정은은 최근 ‘제2의 사명’을 언급하며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시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 suv 신차 외국군이 없으면 자주 국방할 수 없다는 것은 굴종’이라고 말해 마치 주한 미군이 필요 없다고 시사한 데 이어 다시 북핵을 체제 유지용이라고 말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래픽=김성규


◇ ‘노무현 LA 발언’과 유사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이 대통령은 북핵을 ‘체제 유지용’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구분했는데, 이 논리대로라면 북한은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핵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며 “이는 정부가 내세운 ‘중단→축소→비핵화’의 3단계 북핵 해법과 모순되기에 이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LA 발언’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 대통령이 그를 모델로 삼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미국 국제문제협의회(WAC) 오찬에서 “솔직히 말하겠다”며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북한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고 강경한 태도를 취하는 것은 체제 안전 보장을 받으려는 의도”라며 부시 행정부의 대북 강경 정책을 비판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과 6자회담 재개를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보유에 일리가 있다’고 말해 큰 파장이 일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이 누구를 공격하려 하거나 테러를 지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고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의 LA 발언은 미국에서 그에 대한 불신감을 확산시키고, 한미 간의 입장 차이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이듬해인 2005년 부산 APEC을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는데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주한 미국 대사가 ‘최악의 정상회담’이라고 말할 정도로 노무현·부시 관계가 악화됐다.
또 국내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은 북한 대변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됨으로써 좌우 갈등이 더 심화됐다. 이 대통령의 ‘체제 유지용 북핵’ 발언 역시 그가 유엔 총회 연설에서 밝힌 핵 폐기론과도 달라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증권거래소를 방문해 증시 개장을 알리는 타종 망치를 들어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어 미 금융인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국경제설명회(IR) 투자 서밋’을 주재했다./뉴시스


이 대통령이 유엔 총회에서 밝힌 ‘북핵 중단’ 개념의 모호함에 대해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중단이 생산만을 의미하는지, 가동 중인 시설의 운영 중단까지 포함하는지, 실제 조치와 검증이 담보되는 것인지, 아니면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나아가 북한의 중단에 대해 어떤 보상을 제공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나온다.
◇발언 장소도 적절치 못해
이 대통령이 북핵을 ‘체제 유지’용이라고 말하고, 남한이 북한을 위협하고 있는 것처럼 발언한 장소도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3500억달러 투자 갈등 속에서 한미 동맹 강화 메시지가 필요했는데, 미국 투자자들 앞에서 북한 핵 수출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메시지 관리의 실패라는 것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SNS에서 이 대통령 연설에 대해 “전략적 메시지 관리의 미숙함을 드러낸 발언”이라며 “행사 참가자들은 한국 시장의 안정성과 성장성을 듣고 싶었을 텐데, 대통령이 ‘북한이 핵무기를 수출할 수 있다’고 발언하면 오히려 한국 리스크를 키우는 부정적 효과가 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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