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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돌아다녀도 서류 한 장을 못 떼고, 당장 쓸 현금도 못 찾고 있네요.”
28일 오전 10시께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역 안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 화면에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인해 발급 서비스가 중단됐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떠 있었다. 등·초본을 발급하려던 40대 김모씨는 “오늘 안에 서류가 급히 필요한데 어쩌라는 거냐”며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발급기를 찾았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서는 시민들의 모습도 이어졌다.
인근 수내동 우체국 ATM 국민은행 파업 역시 멈춰 있었다. 기기 위에는 ‘회선 장애로 예금·보험 서비스 이용이 불가하다. 빠른 시간 내 복구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현금을 인출하려던 70대 이모씨는 “이 나이에 인터넷뱅킹도 못 쓰는데 기계까지 멈추면 방법이 없다”며 “현금이 급히 필요한데 큰일 났다”며 안절부절 하지 못했다. ATM 앞을 찾은 시민들은 잠시 둘러본 뒤 고개를 젓고 장안평실매물 발길을 돌렸다.



2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 우체국 ATM에 금융 서비스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오종민기자


같은 날 낮 12시께 수원시 장안구 율전동 우체국의 상황도 비슷했다. 두 대의 ATM은 모두 ‘ 면접후결정 회선 연결 중입니다. 빠른 시간 내에 복구 예정’이라는 문구만 띄운 채 멈춰 있었고, 옆에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전산 이용이 불가하다’는 긴급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작동이 멈춘 장안구청 무인민원발급기에서는 한 여성이 화면에 떠 있는 장애 알림 안내문을 바라보며 분을 삭히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40대 여 예금담보대출 상환 성 최씨는 “내일까지 주민등록등본이 필요해 오늘만 여러 곳의 무인발급기를 찾았는데 헛수고만 하고 있다”며 “단 한번의 화재로 여러 민원 발급기가 동시에 멈추는 게 말이 되느냐”고 불편을 토로했다.



2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정자역 무인민원발급기에 발급 서비스 중단 안내문이 채무조정 표시되고 있다. 오종민기자


26~27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전산망이 마비되면서 경기도 곳곳에서 금융·민원·안전망 등 대국민 핵심 서비스가 중단돼 도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경기도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도가 운영하는 전자관보와 문서24, 환경신문고, 교통불편신고, ‘경기민원24’ 일부 서비스가 중단됐다. 우체국 예금·보험을 비롯한 금융·우편 서비스까지 사실상 이용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29일부터는 그동안 중단된 온라인·비대면 민원 업무가 창구로 몰리면서 장시간 대기와 업무 지연 등 혼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불편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도 관계자는 “평일 민원 서비스 유형별 대응책을 마련, 전파한 상태”라며 “주민등록 등본,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등은 일단 수기로 접수한 뒤 전산 시스템이 정상화되는 대로 순차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소민 기자 som@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