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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 수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활동기한이 끝난 국회 특별위원회 등에 출석한 증인이 위증을 했을 때 사후 고발할 수 있는 내용으로, 하루만에 '고발 주체' 포함 두차례나 뜯어고치며 난맥상을 노출했다. 지난 25일 본회의 직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올리며, 금융 조직 개편을 삭제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또다시 졸속 논란을 자초한 것이다. 국민의힘에선 "입법이 애들 장난이냐"(송언석 원내대표)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민주당은 또 조희대 대법원장이 sc저축은행대출 출석을 거부한 '조희대 청문회'도 오는 30일 그대로 열기로 했다. 조 대법원장의 출석 거부에 대한 반발로 대법원 국정감사는 기존 하루에서 이틀로 늘렸다. 사실상 '벌칙 국정감사'다. 민주당 내에서도 "민생·경제 문제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전략 없이 밀어붙이는 이미지만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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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9회 국회(정기회) 법제사법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두 차례나 뜯어고친 ‘더 센 추미애법’
민주당은 이날 국민의힘의 필리버스 우리파이낸셜신용대출 터(무제한 토론)를 강제로 종결한 후 국회 증감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증감법은 위증에 대해 국회 상임위원장이 고발을 거부·기피하는 경우 재적 위원 과반수의 연서(連署)로 고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로써 지난달 25일 검찰청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을 시작으로 방송통신위원회 폐지 법안 처리가 마무리되며 4박5일 필리버스터 정국도 막을 내리게 마이너스대출금리 됐다.
민주당의 증감법 통과 과정은 한마디로 '좌충우돌'이었다. 당초 증감법 원안은 활동이 종료된 위원회에서 위증이 의심될 경우 국회를 대표하는 '국회의장'이 고발토록 규정하고, 소급 적용도 가능케 했다. 이를 두고 '내란 국정조사 특위'에 출석했던 한덕수 전 국무총리, 최상목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겨냥했다는 관측과 함께 위헌 소지가 상한 갈대 거듭 지적되자 전날 소급 적용 조항을 삭제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고발 주체를 의장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사위원장의 월권 및 위헌 논란이 여야를 막론하고 불거졌다. 국민의힘에선 "우원식 권한 뺏어 추미애 법사위원장에게 주는 '더 센 추미애법'"(송 원내대표) "누가 고발하든 위헌적 발상"(장동혁 대표)이라 비판했고, 민주당에서도 "추미애의, 추미애를 위한, 추미애를 위한 법안이냐"는 우려가 제기됐다.
의장실도 직접 제동을 걸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의장실에서 국회가 고발을 한다면 국회를 대표하는 의장이 고발하는 게 낫겠다는 원칙적 입장을 냈다"고 밝혔다. 전방위 반발에 민주당은 이날 뒤늦게 고발 주체를 '법사위원장'에서 '국회의장'으로 원상복귀했다.
한편 이날 본회의에선 증감법 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법도 처리됐다. 애초 의사일정에 포함되지 않았던 안건이지만, 내년 1월부터 시행돼야 하는 법인 만큼 입법 공백 방지 필요성을 이유로 민주당이 주도해 상정·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여야간에 전혀 협의되지 않은 법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해 여당 단독처리로 통과시킨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한편 조 대법원장은 30일 예정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긴급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의견서를 지난 26일 국회에 제출했다. 뉴스1



조희대 맹탕 청문회도 강행
민주당은 조희대 청문회도 그대로 밀어붙이기로 했다. 조 대법원장이 '사법 독립 침해'를 이유로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냈고, 같이 증인으로 채택된 4명의 대법관은 물론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 사실상 주요 증인은 빠진 상황에서도 '맹탕 청문회'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사법부 압박의 고삐를 풀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조하기 위한 차원이라지만, 추 위원장을 포함한 법사위원들이 강성 지지층에게 소구하기 위한 '자기 정치'라고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조 대법원장은 불출석이 예상되는데 청문회 의사진행발언 등을 통해 민주당의 유감을 표할 것"이라며 "곧 국회 국정감사가 예정돼 있는데 대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통해 청문회를 대신할 수준의 국감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실제 민주당은 대법원 국정감사도 다음 달 13일 하루에서 13일·15일 이틀로 늘리기로 했다.
당내에선 전체적인 원내 전략과 국정 기조가 강성파에 휘둘리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의 한 의원은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이 강성 지지층에게 어필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라며 "의원들도 삼삼오오 모일 때면 이제는 민생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말들을 하고 있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염유섭 기자 yuseoby@hankookilbo.com이지원 인턴 기자 jiwon1225@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