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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을 해서 돈을 벌고, 타인과 관계를 맺으며, 보람도 얻습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일 이야기를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가들이 만나 듣고 글로 전합니다.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서호주)의광산에서 일하는 조국(43)씨에게 인터뷰를 청하면서 나는 그에게 광산 현장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다. 흑백사진으로 보아왔던 땅굴을 파서 곡괭이로 석탄을 캐내는 지하 광산이 아니라 현대식 시스템을 갖춘 광산에서는 어떻게 채굴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이며. 조국씨는 난감해하며 인터뷰를 농협대학생학자금대출 거절했다. 광산의 비밀 유지 협약이 매우 까다로운데다, 자신은 광부가 아니라서 채굴 현장인 광구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다. 이제야 고백하자면 나는 그가 광부가 아니라는 걸 그제야 알았다. 광산에서 일하는 사람은 모두 광부일 거라고 단정 지은 나의 무지를 반성하며 조씨의 직업을 그제야 물었다.
고공 로프 용접 기사.
직업을 생활의지혜카드 듣고 인터뷰 질문지를 만들기 이전에 혼란에 빠졌다. 보호구를 쓰고 불꽃을 튀기면서 일하는 용접 기사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그려졌는데, 고공에서 용접을 한다고? 로프를 타고? 종합하자면 광산의, 고공에서, 로프를 타고, 용접을. 모든 단어가 제각기 떠다녔고, 도저히 연결되지 않았다. 새삼 ‘일하는 사람의 초상’이라는 인터뷰 에세이의 타이틀이 와닿았다. 나는 사금융대출 조국씨가 일하는 초상을 그릴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대뜸 물을 수밖에 없었다. 하시는 일을 설명해달라고.
조씨는 “건물 외벽에 매달려 유리창 청소를 하거나 아파트 페인트 작업을 하는 사람을 보지 않았냐”고 말을 시작했다. 이렇게 높은 곳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물에 로프와 장비를 이용해서 용접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 개인금융 다면 광산에 아파트나 고층 건물처럼 높은 작업 현장이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광산의 고공 로프 용접 기사’라는 직업이 필요할 만큼 빈번하게.
“광구에서 채굴한 광물을 수송하는 덤프트럭의 수용량은 300톤에 달해요. 그 트럭이 파쇄기에 끊임없이 쏟아붓죠. 광석을 파쇄하고 정제하고 저장하는 시설의 높이가 20~30미터입니다. 광물이 만들어내 차량할부 는 마찰과 충격에 의해 닳거나 망가지는 장비들은 주기적인 교체와 점검을 필요로 하는데, 그 규모와 높이가 어마어마한데다 접근이 까다로워 저와 같은 로프 기사가 투입되죠.”
조국씨가 투입되는 현장은 ‘셧다운’된 철광산, 니켈 광산, 구리 광산, 금광 등의 각종 광산 시설이다. 문제가 있어서 셧다운되었다기보다는 정기 점검에 가깝다. 유지와 보수를 위해 며칠 혹은 몇 주간 가동을 중지한 광산에 들어가 여러 시설을 수리하고 장비를 점검, 교체한다고 했다.
“셧다운된 광산 현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전세기를 타야 해요. 서호주의 광산은 주도 퍼스에서 한두시간 정도 비행기로 이동해야 하는 지역에 있거든요.”
이렇게 비행기로 원격 작업 현장에 날아들었다가 휴가 때 집으로 다시 날아가는 이들을 ‘파이포(FIFO: Fly In, Fly Out) 워커’라 부른다. 그 역시 파이포 워커로 작년에 36번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한달에 세번꼴이다.
“광산은 하루 12시간 근무가 보통입니다. 주간(오전 6시∼오후 6시), 야간(오후 6시∼오전 6시) 근무조로 나뉘어 일하는 형태예요. 12시간이라고 해도 바쁘게 돌아가요. 광산을 셧다운하는 비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움직여야죠. 그러나 절대 서두르지는 않아요. 매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안전 관련 서류들을 작성하고, 설비 안전 차단 확인, 장비 점검을 하죠. 일하는 중간에도 안전 관련 서류 허가를 받거나 안전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많아요. 진행하는 일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면 전체 과정을 멈추더라도 다시 확인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거칩니다.”
그는 인터뷰를 하는 내내 안전을 거듭 강조했다. 아마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고공 로프 작업이라고 하면 위험하게 여길 것을 염두에 둔 듯했다. 내가 표하는 우려에 조씨는 자신도 발끝 아래 끝없이 펼쳐진 허공이 두렵다고 했다. 추락은 본능적인 공포가 아니겠냐고 되묻기도 했다. 그렇다면 공포를 넘어서게 하는 힘은 어디에서 나올까.
“내 몸을 지탱해주는 안전줄과 하니스, 앵커와 같은 보호 장비와 시스템이 절대적이죠. 작업 로프는 두줄이 기본이고 한줄은 백업 줄입니다. 로프 장비도 국제 표준을 따르며, 매일 사용 전에 점검을 하고, 중간 점검과 사용 이후 점검 역시 필수입니다.”
조씨는 호주에서 고공 작업 시에 사용되는 아이라타(IRATA: Industrial Rope Access Trade Association, 산업 로프 접근 기술 협회)의 국제 로프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1980년대 후반에 설립된 아이라타의 공식 사망자 수는 현재까지 열명 내외로, 그 수치가 다른 고공 로프 작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것도 덧붙였다.
“작업 팀원은 최소 두명이 함께 움직여야 해요. 광산은 세명으로 규정이 더 까다롭죠. 레벨3 관리자가 구조 계획을 세운 후에 작업자를 지켜보며 대기해야 하죠. 레벨3 관리자가 되려면 최소 2000시간 이상 로프 작업 경력을 쌓은 후에 모든 레벨에 해당하는 트레이닝을 거쳐야 합니다. 위급 시 구조가 가능하도록 로프 이론과 설치, 구조에 능숙해야 하는 건 기본이고요. 응급 처치 교육도 매년 받아야 하고, 로프 교육 또한 3년마다 갱신해야 합니다.”
조국씨는 레벨3 관리자다. 자신의 임무는 팀원을 살리는 일, 사고를 예방하는 일이라고 했다. 작업자에게 별문제는 없는지 수시로 무전기와 수신호로 확인한다. 가능한 모든 위급 상황에 대한 구조 계획을 세우고 팀원들과 함께 구조 훈련도 한다.



철광석 저장소의 낡은 철판 교체를 위해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는 모습이다. 본인 제공


“가끔씩 한국 뉴스에서 고공 작업을 하다 심각한 인명 사고를 입는 소식을 접하게 되는데요.”
조씨는 한국의 고공 로프 현장에 관심이 많다고 했다. 인명 사고의 원인으로 작업자의 부주의, 인재, 과도한 업무, 소통 부족, 작업 환경 등이 거론될 때면 답답해진다고.
“가장 중요한 건 안전 시스템이에요. 솔직히 저는 한국에서 고전적인 로프 방식으로는 일을 못 할 것 같습니다.”
조국씨가 말하는 한국의 ‘고전적인’ 작업 환경이란 ‘달비계’라는 발판에 앉아서 일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것을 일컬었다. 조씨는 다행히 한국 정부 기관에서도 안전 시스템을 강화하고, 위반 시 법적인 처벌도 엄격히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한국산업로프협회와 같은 단체에서도 지속적으로 문제점에 대해 건의하며 안전 재해 방지에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글을 쓰면서 아이라타를 검색해보니 한국에서도 취득 방법이 활발히 논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전 시스템이 강화되는 증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조씨 역시 7년 전 호주 광산에서 일하기 시작했을 때, 아이라타 고공 로프 자격증을 취득했다. 용접 기사로서 일한 지 8년이 되었을 무렵이었다. 지금은 어엿한 15년차 용접 기사, 7년차 고공 로프 기사가 되었다.
“직업에 관해 조언을 구하는 사람들이 많죠?”
호주 광산 구직이나 용접 일, 기술 이민에 대해 묻는 사람이 많다고 그는 답했다. 조씨의 답변은 용접사라는 직업의 정의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
“용접사란 도면을 보고 수치를 측정해 금속을 가공하고 재단해 불꽃으로 붙이거나 떼어내는 기술자입니다. 섬세하고 때론 과감하게 불을 이용하는 작업이지요. 남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일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이 직업을 추천해줄 수 있겠네요.”
호주의 용접사 급여가 한국과 비교하여 최소한 2~3배에 달한다는 것도 덧보탰다. 특히 광산 용접사는 구직이 쉽고, 고립된 캠프에서 생활하다 보니 단기간에 목돈을 모으기에도 적합하다는 것도.
“그런데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줘요. 실제로 아무리 안전 장비를 잘 착용해도 화상을 입는 경우가 많고, 한여름에도 가죽 재킷과 보호 장구를 입고 용접을 해야 하며, 지속적인 용접 가스와 미세먼지는 몸에 해롭죠. 단기간에 망가지진 않겠지만 눈 건강에도 좋을 리는 없고요.”
호주에서 용접사로 비자나 영주권을 준비하려는 건 그다음이다. 용접이 호주에서 부족한 필요직업군으로 분류되어 비자 취득이 용이하지만,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인 뒤에도 비자를 따지 못하고 돌아간 사람들 역시 많이 보았다. 조씨 역시 그럴 뻔했다.
“대학 졸업을 앞둔 시점에 우연히 신문 공고를 보게 됐어요.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 호주 용접사 기술이민 프로젝트’였죠. 부산의 배관 용접사 취업 과정 1기에 등록해 용접 실무와 취업 영어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과정을 마치고 호주에 오니 세계 경기 침체가 닥쳤고, 호주 이민 정책이 강화되면서 취업 비자가 취소됐어요. 학생 비자로 전환해서 호주의 기술 전문대에 진학해 용접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퍼스의 한 물류 운송회사에서 비자 제안이 왔어요. 시간 외 노동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열심히 해서 영주권을 받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회사의 자금난으로 인원 감축을 하며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그만두게 됐죠.”
그는 그렇게 광산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 광산의 인력이 항시 부족하기에 그의 기술과 노동은 환영받았다.
그러나 광산에서 일하기가 어디 쉬운가. 서호주의 광산은 사막 지역이라 기후 환경이 척박하고, 전세기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는 철저히 고립된 오지이다. 조씨 역시 여름에 45도까지 올라가는 더위와 흙먼지가 시종일관 날리는 환경이 아직도 적응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레 서호주의 광산에서 일하기 너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는데 그는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
“로프 용접사로서 최고의 선택이었어요.”
조씨에게선 자부심이 느껴졌다. 그건 자신에게 주어진 몫의 노동을 묵묵히 해내는 사람, 곧 ‘일하는 사람’의 자부심이었다.
서수진 작가

서수진 작가 l 월급사실주의 동인. 장편소설 ‘코리안 티처’ ‘올리앤더’ ‘다정한 이웃’, 중편소설 ‘유진과 데이브’, 단편소설집 ‘골드러시’를 출간했다. 2020년 ‘한겨레문학상’, 2022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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