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스님,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초청법회 법문서 '동체대비' 강조
“세월호 참사는 마음을 열면 내 문제이다. 마음을 닫고 정치적 이념 짓대로 보면 권력자만 보인다. 그러니 ‘미개’한 발언이 나온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법안 스님은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초청 법회에서 이같이 법문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위원장 종호 스님)가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마련한 법회에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급식, 교무실 행정업무, 영어, 스포츠, 돌봄 교실, 방과 후 수업, 특수교육 등을 담당하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이 참석했다.
| | |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 부의장 법안 스님은 "마음을 열지 못하고 정치적 이념 잣대로 세월호 유족을 본 결과, 미개하다는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2014불교닷컴 |
“박 대통령, 국민 눈으로 보면 한참 부족”
법안 스님은 “세월호 사건은 물욕에 쩌들고 물신의 노예가 된 대한민국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사건”이라며 “세월호 유가족의 비통한 심정과 애타는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라고 했다.
이어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장애인 등이 목소리를 낼 때 마음을 열지 못하면 그들 소리를 들을 수 없다. 그들 모습을 볼 수 없다”며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남의 일도) 내 문제로 여기거나 ‘너는 너, 나는 나’로 삼게 된다”고 했다.
스님은 “박근혜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세월호 참사에 임해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의 눈으로 보면 (대통령이) 그럴 수는 없다. 국민들은 박 대통령이 국정책임자로서 제대로 사과하지 못하는 것을 크게 지적한다”고 했다.
스님은 “앞으로도 박 대통령의 사고방식이나 그를 둘러싼 보수세력, 권력의 헤게모니를 놓치지 않으려면 세력들은 쉽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우리 사회는 불행하다”고 했다.
“대승보살 마음은 노동운동 선구자와 같아”
스님은 “국민이 일어설 때 나라가, 사회가 변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노무현 前 대통령은 우리는 조선 600년 역사 속에서 단 한 번도 민중의 권력을 만들어 보지 못했다고 했다. 돌이켜보면 민중이 권력을 이룬 최초가 노 前 대통령 때였다”고 했다.
스님은 “우리가 깨어나면 두려울 것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작은 이해에 발목이 잡혀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권력자들은 언론·지위·임금·후생복지 등을 이용해 우리를 깨어나지 못하게 한다”고 했다.
스님은 <유마경> 가운데 보장보살이 세존에게 불국토를 청정하게 하는 것에 대해 물은 구절을 인용했다. 스님은 “보살은 내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남을 이롭게 하는 존재이다. 중생을 위해 살겠다고 발원한 보장 보살은 오늘날 노동운동 선구자의 마음가짐과 같았다”고 했다. “불쌍한 사람 목소리 귀 기울이는게 인지상정”
이어 “여러분과 같이 소수·약자들이 주장을 외치고 있을 때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은 다가 가서 듣고, 위로하고, 손이라도 잡아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라며 "우리 사회는 노동자가 집회를 하면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소수약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똘레랑스[관용]가 부족해서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서 스님은 “소수·약자가 없는 사회가 불국토”라고 했다. “대중 마음 움직이려면 노동자가 더 노력해야”
스님은 대학시절 자신도 시위에 참가해 수배당한 적이 있다고 했다. 1980년대부터 NGO활동을 해오고 있다고도 했다.
스님은 “노동현장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싸운다’는 표현을 쓴다. 달리 생각하면 일반 대중은 ‘싸운다’는 표현을 껄끄럽게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불교에서는 사용자·노동자를 차별하지 말라고 한다. 시절인연에 따른 것이지 고정불변한 처지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은 성스럽고 가치 높은 행위이다. 성스러운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성스러운 존재이다. 성스러운 존재인 노동자가 사용자보다 더 출중해야 한다. 그래야 대중으로부터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 | | 13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열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초청법회에는 100여 비정규직 노동자가 참석했다. ⓒ2014불교닷컴 |
“큰 목표 위해 작은 이익 앞에 흔들리지 말자”
스님은 “노동자의 말·생각·표정 등이 모두 다듬어져야 한다”고 했다.
정규직보다 더 열심히 일했을 때 일반 대중에게 ‘노력하는 구나. 부당하게 대우받고 있구나’하고 공감대를 얻고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했다.
스님은 “사람답게 산다고 한다. 이는 소유적 삶이 아닌 존재적 삶을 이야기 한다. 존재적 삶은 공동체적인 삶을 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이익 등 유혹 앞에 흔들리지 않는 삶이 존재적인 삶이요, 아름다운 삶이다”라고 했다.
“사람 미워하지 말자. 어머니라 생각을”
스님은 “티베트 명상 가운데 자타교환 수행법이 있다”며 소개했다. 이 수행은 자신이 미워하는 사람을 전생의 어머니라고 생각하는 명상법이다.
스님은 “내가 누군가를 미워한다면 그 사람도 그만큼 나를 미워한다. 내가 미워하는 사람을 전생의 내 어머니라 생각하면 그의 말·행동·생각이 바로 보인다.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고 했다.
스님은 “노동운동을 하는 여러분이 명심해야 할 것은 상대를 너무 미워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자리가 (미워하는)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일 뿐”이라고 했다.
“대통령 선장, 국민은 승객…기다릴 수밖에”
스님은 “대한민국이 세월호와 같은 배라면 대통령은 선장, 국무위원들은 선원, 국민은 승객이다. 선장을 잘못 뽑았다면 문제제기를 하는 수밖에 없다. 도저히 안되겠다면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학 때 수배를 받고 쫒기면서도 떳떳했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우리가 지향하는 것이 옳은 것이라면 당당해야 한다. 공동의 큰 목적을 이룰 때까지 작은 이익에 결코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이것이 보살의 삶이다”라고 했다.
| | | 조계종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은 노동자 편에 설 것을 약속했다. ⓒ2014불교닷컴 |
“조계종은 늘 노동자와 함께할 터”
이에 앞서 노동위원장 종호 스님은 인사말에서 버튼헤드 정신을 설명했다.
버튼헤드 정신은 1852년 2월 영국 해군 수송함 버큰헤드호가 침몰했을 때 선장이 보여준 행동을 귀감 삼아 이름 붙여졌다. 당시 세튼 선장은 탑승객 700여 명 가운데 구명정 수용한계가 180명에 지나지 않자 여성과 어린이를 먼저 탈출시켰다. 그리고 자신과 사병들은 갑판 위에서 최후를 맞았다.
스님은 “역사적인 여러 사건을 종합해 보면 저절로 이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노동환경 호전도 현장에서 투쟁하고 희생을 겪으며 얻어낸 결과”라며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 여러분의 숭고한 희생과 노고도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스님은 “세월호는 자본이 인건비까지 챙기려다 비정규직 승무원이 탑승하고 알바 노동자가 죽어나간 사건”이라며 “거룩한 교육현장인 학교에서도 차별 받는 여러분의 편에 조계종이 함께 하겠다. 조계종은 늘 노동자 편에 서겠다”고 약속했다.
[불교중심 불교닷컴, 기사제보 cetana@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