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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지난달 31일 경주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왼쪽)와 만난 이재명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경주 APEC에 참석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가 한국에 GPU 26만장을 우선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4일 조간에서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하나는 현재 GPU를 4만5000개 보유한 10일선
한국이 오는 2030년 30만개를 넘어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가 되는데 이 많은 GPU를 돌릴 전기가 부족하다는 것. 두 번째는 3개 인공지능(AI) 인프라 강국이 될지 모르지만 이공계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3일 한국은행 발표를 보면 국내 이공계 석박사 10명 중 4명꼴로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고려한다”고 응답했다. 루멘스 주식


한편 경향신문에는 최근 런던베이글뮤지엄의 살인적인 노동 통제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기업이 노동자들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인공지능(AI)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칼럼이 실렸다. 과로와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이른바 '이상적 노동자'인 'AI 노동자'가 도입되더라도 결국 인간 노동자를 쓸 수밖에 없는 한계에 직면신천지예시
할 수밖에 없다며 그 이전에 인간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에 대해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조가 자정부터 새벽 5시까지 심야 배송을 금지하자고 제안한 가운데 언론에서도 찬반 논쟁이 벌어졌다. 보수 언론에서는 새벽 배송을 규제하자는 주장이 지나치다며 새벽에도 일하겠다는 사람의 발목을 잡는 나라에 미래가 없다고 주식투자초보
주장했다. 반면 진보 언론에서는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의 건강권의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GPU 26만장 확보했지만…
조선일보, 국민일보, 한국경제 등은 전기 수급이 부족한 부분을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에서 “GPU 26만장 가동에는 냉각 전력돈버는주식
까지 감안해 원전 1기 용량인 1GW(기가와트)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안 그래도 여름, 겨울만 되면 전력 예비율 걱정을 하는 나라에 '전기 먹는 하마'인 AI 시대가 눈앞에 성큼 다가섰다”고 한 뒤 “천문학적 전력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건가”라고 우려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이를 빌미로 원전 확대 주장을 폈다. 이 신문은 “정부는 '감 원전'을 한다고 한다”며 “AI 3대 강국이 되겠다며 그 AI를 돌릴 가장 확실하고 안정적이고 안전한 전력을 줄일 생각만 한다”고 했지만 이재명 정부의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 믹스'로 원전을 줄이거나 없애겠다는 명확한 선언을 한 바 없다. 오히려 일부 진보 세력에선 이재명 정부가 원전 감축에 대한 비전을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AI는 이념이 아니라 전기”라며 “즉시 고리 2호기 등 문제 없는 원전을 재가동하고 신규 대형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에너지법 개정안'부터 처리해 AI시대 국가 에너지 기본 틀부터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국경제도 사설 <전력 문제 해결 못하면 26만 GPU도 허사>에서 “이참에 전력 공급을 대폭 늘리고 전력 인프라 구축 절차도 간소화해야 한다”며 “경쟁국은 웃돈을 주고도 못 구하는 GPU를 확보했는데 전력이 부족해 시설을 놀리는 상황은 피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기한이 지난 원전을 쓰자며 재생에너지 전환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시대착오적' 주장도 했다. 사설 에서 “안전상 문제가 없다면 기한이 지난 원전도 오래 쓰는 게 AI 시대의 글로벌 추세”라며 “이를 외면하는 걸 넘어 정부는 날씨 변화에 따라 전력량이 들쭉날쭉인 재생에너지만 고집하고 있으니 시대착오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 4일자 한국일보 1면 톱기사



이날 다수 신문에서는 1면에 이공계 연구자 10명 중 4명이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을 실었다. 특히 한국일보는 1면 톱기사 <'AI 농사' 지을 인재 탈한국 러시>란 기사를 통해 GPU 확보와 이 사안을 연결지었다. 이 신문은 “정부가 '세계 3대 인공지능 강국' '글로벌 4대 방산 강국' 등 화려한 목표를 세웠지만 정작 성장의 핵심 동력인 인재는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기회 등 이공계 홀대에 우리나라를 떠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했다.

사설 에서도 “관련 인재가 없다면 GPU나 제조업 기반만으로 '물리 AI' 선도국이 될 수 없다”며 “우선 떠나려는 인재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과감한 성과 중심의 급여 체계 도입과 각종 지원 강화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해외로 떠난 인재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복귀 인재 프로그램도 마련하고, 해외 인재에 대해 겸임이나 원격 근무, 정년 연장 등 인센티브 부여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중앙일보는 사설 <이공계 인재 '탈한국', 국가의 미래가 흔들린다>에서 인력 유출을 우려했고 동아일보는 1면 <엔비디아 칩 26만장 오는데, 쓸 인재는 떠난다>에서 같은 문제의식을 기사에 담았다.
경향, AI는 '꿈의 노동자'가 아니다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경향신문 칼럼 에서 런던베이글뮤지엄 20대 노동자의 과로사 사건을 언급하며 “이 비극은 인간의 한계를 무시한 노동 구조의 실상을 고통스럽게 드러내고 역설적으로 바로 그 인간의 한계가 '꿈의 노동자'에 대한 환상을 부추겨왔는지도 모른다.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 청년층의 피로, 감정노동의 일상화는 오래된 문제인데 인공지능의 등장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형태로 변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AI라면 과로로 쓰러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리킨다.



▲ 4일 경향신문 칼럼



콜센터 감정노동 현장이 이러한 역설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기업은 AI를 '이상적 상담사'로 도입했지만 곧 한계에 부딪혔다”며 “AI는 매뉴얼에 따라 친절한 문구를 말할 수는 있어도 이윤 창출의 핵심인 '착한 마음'을 팔 수는 없다. '착함'이란 고객의 분노를 온몸으로 받아내고 부당한 요구 앞에서 도덕적 고민을 견디며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실천”이라고 했다. “기업이 막대한 이윤을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가장 불완전하다고 여겼던 인간의 감정과 도덕성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AI 시대의 노동을 논의한다면 먼저 우리는 인간 노동자의 정동적 역량이 얼마나 헐값에 취급돼왔는지부터 돌아봐야 한다”며 “기술의 완벽함이 아니라 불완전한 인간의 존엄과 피로를 보호하는 제도와 문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인간이 지난 감정의 깊이와 도덕의 무게를 존중할 때 비로소 '꿈의 노동'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에게서 시작될 수 있다”고 했다.



▲ 4일 세계일보 기사



새벽배송 논쟁, 소비자 편익과 노동자 건강권 타협점 찾을까

세계일보는 사회면 <쿠팡 논란에…'야간노동 규제' 가속페달>에서 “(새벽배송 금지는) 더불어민주당과 국토교통부, 민주노총, 쿠팡·컬리 등 주요 택배사가 참여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처음 언급된 것으로 논란은 정치권까지 번졌다”며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와 장혜영 전 정의당 의원도 지난 3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새벽배송 금지' 찬반 공개 토론을 벌였다. '직업 선택권'과 '노동자 건강권'이 팽팽히 대립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한국노총은 지난달 31일 새벽배송 금지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쿠팡 위탁 택배기사 1만여명이 속한 택배영업점 단체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이날 반대 의사를 공식화했다. CPA는 최근 설문 결과 야간 택배기사의 93%가 새벽배송 금지에 반대했다. 노동부는 새벽배송 찬반에는 '유보' 입장을, 야간노동 규율에는 분명한 법제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향신문 8면 <꼭 새벽에 물건 받아야 하나…'배송품목 제한' 등 대안 거론>을 보면 택배노조는 야간 교대제 도입을 주장하는데 현재 쿠팡 심야배송 택배기사는 오후 8시30분, 0시30분, 오전 3시30분 3번에 걸쳐 '3회전 배송'을 한다. 택배노조는 이 중 가장 위험한 시간대인 0시~5시 배송업무를 제한하고 오전 5시, 오후 3시 출근조로 나누는 방식을 제안한다. 또 모든 물건을 새벽에 받을 필요가 없으니 '새벽배송 품목 제한'을 제안했다. 민주당은 새벽배송 전면 금지보다 과로 방지 대책 마련에 집중할 방침이다.
보수 언론에선 택배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세계일보는 사설 <'국민 생활 인프라' 새벽 배송 규제 주장 지나치다>에서 “(CPA 설문조사 결과) 야간배송의 장점으로 '주간보다 교통 혼잡이 적고 승강기 사용이 편하다'(43%)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수입이 더 좋다'(29%)가 그 뒤를 이었다”며 택배노조의 새벽배송 제한 주장에 대해 “위탁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택배 기사들 현실과는 동떨어진 지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2000만명이 넘는 이가 이용하는 새벽 배송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를 넘어 국민 생활에 필수인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며 “맞벌이 워킹맘은 물론이고 늦게까지 일하는 자영업자에겐 다음날 새벽 일찍부터 영업하려면 '생존'까지 걸려 있는 만큼 서비스 제한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뒤 “더구나 신선 물류센터, 포장·상하차, 물류 정보기술(IT), 냉장창고 등 관련 산업 전반이 직격탄을 맞을 우려도 크다”고 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일하려는 사람 발목 잡는 나라에 어떤 미래가 있나>에서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민노총(민주노총)이 실제로는 일하려는 사람의 기회를 빼앗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지금 한국은 과로와 착취를 막는다는 명분 아래 '일할 자유'를 빼앗고 경쟁과 혁신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하려는 사람의 의지를 존중하고, 자기 선택권에 따라 더 일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한국이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 4일자 경향신문 사설



반면 경향신문은 사설 <새벽배송 논쟁, 소비자 편익·노동자 건강권 절충점 찾길>에서 “(택배노조의 제안이) 새벽배송 전면 금지로 와전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며 “'모 아니면 도' 식으로 맞서기 보다, 소비자 편익에 가려진 노동자 건강권 문제가 성숙하게 공론화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어 “야간노동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발암물질로 유럽에서는 '불필요한 야간노동'을 금지하지만 한국의 근로기준법은 야간에 일하면 1.5배 수당을 지급하게 하는 것 말고 별도의 규제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이번 논쟁은 '편리한 소비'가 '위험한 노동'에 기대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며 “그 편의가 노동자들의 초장기 노동과 목숨을 담보로 한 서비스라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라고 했다. 그러면서 “절충점을 찾아보자는 이번 논쟁이 택배노동자 건강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이해도를 질적·양적으로 높이고, 실효적 해법을 찾는 전환점이 되기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