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이란사무소/그래픽=김현정


우리은행이 9년 만에 이란사무소를 청산한다. 대이란 제재 완화 분위기를 타고 야심차게 출범했으나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면서 결국 철수를 결정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이란사무소 청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사무소는 해외에 지점이나 법인을 내기 전 시장조사를 하고 잠재 고객을 확보하는 게 주업무여서 청산 과정에서 정리해야 할 자산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사무소 역시 임대했던 공간과 비품 정도만 처분하면 된다. 우리은행은 2018년 11월부터 안전상의 이유로 이란사무소에 파견 주재원을 두지 않아 지난 7년간 이란사무소는 사실상 공실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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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2016년 5월 국내 은행 최초로 이란 테헤란에 사무소를 열었다. 당시 이광구 우리은행장과 국내 금융당국 및 이란 중앙은행 고위 인사가 개소식에 참석해 사무소 급에선 이례적으로 성대하게 개소식이 치뤄졌다. 우리은행은 이란사무소를 지점이나 현지 법인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면서 두바이·바레인지점과 연계해 '중동 금융벨트'를 구축하겠다는다빈치릴게임
구상을 내놨다.
이란사무소는 대이란 제재가 일부 해제되면서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다. 2016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유럽연합(EU)이 대이란 제재를 일부 해제한 뒤 이란과 한국의 교역 문이 열렸다. 국제 무역에선 달러 결제가 일반적이지만 이란과 거래에선 달러 사용이 계속 금지됐는데, 우리은행은 IBK기업은행과 함께 원유 10월테마주
수출입 대금의 원화 결제를 중개하는 예외적 권한을 확보했다. 우리은행이 이란사무소를 개소한 것도 원화 결제를 중개해 국내 기업들의 이란 진출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2년 뒤 상황이 급변하면서 이란사무소 청산은 불가피해졌다. 2018년 미국이 이란 핵합의(JCPOA)에서 탈퇴하면서 대이란 제재가 전면 강화되며 우리은행의 원화 결제 샘표식품 주식
시스템도 사실상 중단됐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이란 압박이 이어지며 이란의 금융·경제 환경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달 19일(현지시간)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제재 종료 결의안이 부결되며 국제사회의 대이란 제재가 복원 수순에 들어가는 분위기다. 글로벌 금융 질서 내 이란 리스크가 사라지지 않은 만큼 우리은행은 사무소 청산을 공식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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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은 앞으로 동남아시아 3대 법인(베트남·캄보디아·인도네시아)을 글로벌 전략의 중심축으로 삼을 방침이다. 베트남 법인은 올해 상반기 3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285억원에서 26.0% 증가한 금액이다. 캄보디아 법인은 지난해 상반기 12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으나 올해 상반기 15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흑자 전환했다. 우리은행은 동남아 3대 법인의 순이익을 끌어올리기 위해 올해 '동남아성장센터'를 출범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이란사무소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게 맞다"며 "2018년부터 휴면 상태를 이어가고 있었던 데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가 지속되는 만큼 더이상 운영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황예림 기자 yellowyer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