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아박물관 미륵삼존대불. /최갑수



가을이 왔다. 오지 않을 것 같았는데 왔다. 그래서 더 반갑다. 가을을 맞이하러 여주로 간다. 도시 같기도 시골 같기도 한 고장. 그곳에 한나절 놀기 좋은 시장이 있고 강을 따라가는 가을 길이 있다. 걷다 보면 분위기 좋은 찻집과 박물관, 운치 가득한 절을 만난다.문득 찾아든 시장여기는 여주다. 내가 여주에 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는 ‘얌전하다’라는 것이다. 도시 같기도 하고, 시골 같기도 하다. 여주를 다니다 보면 바삐 움직이는 도시의 욕망도, 투박한 시골의 고집도 찾기가 힘들다. 시간이 한 박자 느긋하게 흐르는 것만 같다.여주역에서 도보로 10분 남짓 떨어진 ‘여주한글시장’도 그런 곳이다. 새마을금고 예금이율 여주에는 조선 제4대 임금 세종과 소헌왕후가 함께 잠든 영릉이 있다. 그래서일까. 세종대왕에 대한 여주 사람의 애정은 각별하다. 시장도 세종대왕의 최대 업적인 한글을 따 여주한글시장이라고 지었다.여주한글시장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오른다. 가게가 하나둘씩 모여들면서 ‘중앙로상점가’로 만들어졌는데, 2016년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에 선정되면서 여 ssat고사장 주한글시장으로 이름을 바꿨다.여주한글시장에는 이름에 걸맞게 시장 곳곳에 한글을 형상화한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고, 세종대왕을 소재로 한 벽화도 볼 수 있다. 시장은 입구의 1구역부터 4구역까지 이어지는데, 2구역과 3구역 사이 골목에 세종대왕의 업적을 표현한 벽화가 있다. 탄생부터 즉위, 측우기 제작, 훈민정음 창제까지 세종대왕의 일대기를 재미있게 묘사했다. 서울시중소기업대출 시장은 모두 5개 구역으로 나뉘는데, 4구역에는 ‘소년 세종 포토 존’이 있다. 영특해 보이는 소년 세종 동상이 보는 이를 웃음 짓게 한다.




여강을 바라보는 신륵사 강월헌. /최갑수



신용대출 갈아타기강이 선사하는 가을 풍경가을날 여주를 찾았다면 여강길을 걸어 보자. 지금 딱 걷기 좋을 때다. 여강길은 연간 5만 명이 찾는 걷기 명소다. ‘여강’은 여주 지역에서 남한강을 부르던 이름이다. 가을 무렵 여강길을 찾는다면 3코스 ‘바위늪구비길’을 추천한다. 길이는 13.7㎞. 강천마을에서 시작해 바위늪구비 습지를 지나 신륵사까지 이어진다. 바위늪구 산업은행 예금금리 비 습지에는 이무기가 살았고 명주실 한 타래를 풀어도 깊이를 재지 못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바위늪구비는 말 그대로 큰 바위가 솟아 있는 늪이다. 늪이란 물이 흐르지 않고 가둬져 수많은 수생식물이 삶의 터전을 잡는 곳이다. 바위늪구비는 남한강의 물이 늘면서 자연적으로 생겨났는데, 지금은 인공적으로 파놓은 수로 때문에 과거의 늪 지형은 많이 소실됐다. 강의 수위가 높아지면 남한강이 됐다가 수위가 낮아지면 늪이 된다. 멀리서 보기에 물색이 검어 그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이곳에 이무기가 산다는 전설을 들으며 자란 마을 사람은 무서움 때문에 늪의 깊이를 재지는 못했다고 한다.




목아박물관 미륵삼존대불. /최갑수



불교 예술품의 아득한 세계여강길 중간쯤에 목아박물관이 나온다. ‘목아(木芽)’는 죽은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뜻. 설립자인 조각가 박찬수 선생의 호이기도 하다. 원래 이름이 ‘목아불교박물관’이었다. 1989년 공사를 시작해 1993년 정식 개관한 이곳에는 박찬수 선생이 직접 깎아낸 수천 점의 불상과 목공예품그리고 전국에서 수집한 불교 문화재 약 6000점이 보관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보물 제1144호 예념미타도량참법’ ‘보물 제1145호 묘법연화경 권1’ ‘보물 제1146호 대방광불화엄경 권24’은 박물관의 자랑이다.목아박물관 본관은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다. 안으로 들어서면 절에 들어선 듯한 고요한 공기가 맴돈다. 복도 곳곳에는 나무 불상, 불구(佛具), 탱화와 경전, 민속 조각 등이 차분히 전시되어 있다. 전시 동선은 불교의 삼보(三寶, 부처·법·승)를 형상화한 나선형 계단을 따라 이어진다. 관람자는 자연스럽게 위로 향하며 수행하듯 공간을 순례하게 된다.박물관 건물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본관을 짓는 데 사용된 벽돌은 서울대 문리대학 철거 당시 가져온 것이다. 역사의 흔적을 품은 벽돌이 여주의 흙과 만나 새로운 시간의 이야기를 만든 셈이다. 야외로 나오면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나무와 돌, 흙과 바람이 조화를 이루는 넓은 정원. 그 속에 조용히 앉아 있는 미륵삼존대불, 백의관음, 삼층석탑, 비로자나불상은 도시의 회색 풍경에서 벗어난 이에게 깊은 위로를 건넨다.여강을 굽어보다, 강변의 절집 신륵사여주 하면 떠오르는 절은 신륵사다.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천년 고찰이다. 원효대사가 어느 날 여강나루를 지날 무렵 어디선가 흰옷 입은 노인이 홀연히 나타나 연못을 가리키며 ‘이 연못이 절터가 될 것’이라 예언했고, 기도 끝에 연못 속아홉 마리 용이 승천하며 절이 세워졌다.조선 시대에 들어 신륵사는 더 큰 역할을 맡게 된다. 세종대왕의 능이 여주로 옮겨오면서 신륵사는 왕실의 원찰(願刹·국가가 후원하는 사찰)이 되었다. 궁궐의 격식을 갖추진 않았지만, 신륵사에는 오랜 시간 왕의 기도와 스님의 수행이 나란히 머물렀다. 사람들은 신륵사를 ‘물 위의 절’이라 부른다. 절 앞으로 남한강(여강)이 유장하게 흐르고, 뒤엔 봉미산이 부드럽게 감싼다.




최갑수 시인, 여행작가 - ‘우리는 사랑 아니면 여행이겠지’ ‘밤의 공항에서’ 저자



신륵사와 여주를 사람들에게 알린 건 강가의 오롯한 정자 하나다. 강월헌이라는 정자는 여강의 물길을 끼고 지금도 여전하다. 정자 아래에는 10m 높이의 다층 전탑이 여강을 굽어보고 서 있다. 경기도에서 유일하게 남은 벽돌탑으로, 고려 시대 조형미가 오롯이 남아 있다. 강변을 향해 똑바로 서 있는모습이 웅장하면서도 단아하다.신륵사 경내는 크지 않다. 하지만 동선 하나하나가 의미 있고 조용하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바로 보이는 구룡루(九龍樓) 뒤편의 큰 법당 극락보전, 그 앞의 다층 석탑과 좌우로 심검당과 적묵당이 배치되어 편안히 돌아볼 수 있다. 극락보전에는 목조 아미타여래삼존상이 자리하는데, 이 불상은 조선 광해군 시대에 조각승 인일과 수천이 만든 작품으로, 복장 기록까지 온전하게 남아 있는 귀한 유산이다. 뒤편에 지공, 나옹, 무학의 영정을 모시는 조사당 옆의 계단에 한번 올라서 보자. 서북쪽 언덕 위로 나옹선사의 승탑 주변을 예스러운 노송이 호위하듯 당당하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 하네’로 시작하는 선시(禪詩)의 고려 말 나옹선사가 신륵사에서 입적했다.




여주 쌀로 만든 한정식. /최갑수



여주한글시장은 상설 시장이지만, 매월 끝자리 5일과 10일에는 오일장이 열린다. 이때 방문하면 더욱 활기찬 시장 분위기와 풍성한 먹거리를 경험할 수 있다. 신륵사 내비게이션 주소는 ‘경기도 여주시 신륵사길 73’, 신륵사 입장료는 2000원. 여주 신세계여주프리미엄아울렛 주변에 쌀밥을 내는 한정식집이 많다. 여주한글시장 가까운 희망식당은 순댓국과 소머리국밥이 맛있다. 현지인이 즐겨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