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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이 일이 윤호 회사 아주 죽일 주말에제인 구달 박사와 친필 싸인.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나는 1990년대 초반 동물행동학을 공부하던 대학원생이었다. 당시 우리가 교과서처럼 여기던 동물행동학 책의 첫 장 마지막 부분에는 'anthropomorphism'이라는 개념이 소개돼 있었다. 우리말로는 ‘의인화’ 또는 ‘인격화’라 하며 연구 대상인 동물에게 인간의 감정이나 의도를 부여해 해석하는 현상을 뜻한다. 
예를 들어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올 때 우리는 흔히 그것을 ‘반가움’의 표현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적 관점에서 꼬리 흔들기는 단순히 '흥분(arousal)' 상태를 나타내는 일반적인 행동일 뿐 반드시 기쁨이나 반가움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액투자 강아지의 꼬리 흔들기만 보아도 그 의미가 단순하지 않다. 같은 행동이라도 친화, 경계, 위협, 불안 등 여러 감정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꼬리를 높게 치켜들고 빠르게 흔들면 공격을 앞둔 긴장감이나 우월감을 드러내는 신호일 수 있다. 꼬리를 낮게 드리우고 느리게 흔들면 복종이나 불안을 뜻할 수 있다.  
그래서 동물행동학에서는 꼬리 흔들기 저신용대출조건 를 단순한 감정의 표현이 아니라 '사회적 신호(social signal)'로 본다. 따라서 사회적 지위, 상황 그리고 신체의 다른 표현과 같은 맥락을 함께 해석해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동물행동학의 기초를 세우고 최초로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콘라트 로렌츠(Konrad Lorenz), 니콜라스 틴베르헌(Nikolaas Tinbergen), 금융권 연봉 카를 폰 프리슈(Karl von Frisch)는 연구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비의인화적인 관찰을 철저히 강조했다. 
연구자는 감정이나 의도를 드러내지 않은 채 동물에 접근해야 한다. 사람의 시각으로 동물 행동을 해석하는 것을 경계했다. 따라서 연구 대상 동물에게 이름을 붙이거나 인간적 성격을 부여하는 행위는 학문적 태도에서 엄격히 금기시됐 보금자리론 대출 다.



동아사이언스의 시민과학프로젝트 지구사랑탐사대는 2012년 수원청개구리 탐사대로 시민과학을 시작하며 제인 구달 박사를 처음 만났다. 2012년 12월 열린 결과 발표회에서 구달 박사가 귀뚜라미 탐사대 대원들, 최재천 교수, 장이권 교수와 찍은 사진. 지구사랑탐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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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구달 박사는 1960년, 26세의 나이로 탄자니아(당시 탕가니카)의 곰베 스트림 국립공원에서 야생 침팬지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그에게 의인화라는 개념은 별다른 걸림돌이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는 침팬지를 번호로 구분하는 대신 ‘데이비드 그레이비어드’, ‘플로’, ‘피핀’과 같이 이름을 붙여 개체성을 드러냈다. 
이 방식은 전통적 동물행동학과 정면으로 충돌했고 학계 논란을 불러왔다. 실제로 이 점은 구달 박사의 연구가 초기에는 학문적 권위를 얻는 데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구달 박사가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는 정규 대학 학부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에 형식적 학문 규범보다 관찰에 대한 열정과 호기심이 연구의 출발점이었다. 이러한 배경은 그가 침팬지를 단순한 ‘연구 대상’이 아니라 개별적 존재로 바라보게 한 힘이었다. 
구달 박사는 케냐 나이로비에서 고고학자 루이스 리키(Dr. Louis Leakey)를 만나 후원을 받았다. 리키 박사는 그가 학문적으로 공인된 훈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영국 학계와 연결해 주었다. 그 결과 1961년 구달은 학부 과정을 건너뛰고 곧바로 영국 케임브리지대 박사 과정에 입학하며 야생에서 침팬지 행동을 본격적으로 탐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모든 논란에도 불구하고 구달 박사의 야생 침팬지 연구가 남긴 성과는 실로 놀라웠다. 그는 침팬지가 나뭇가지 껍질을 벗겨 개미굴에 넣고 개미를 꺼내 먹는 장면을 관찰했다. 이는 도구 사용이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라는 오랜 통념을 뒤엎은 혁명적 발견이었다. 
이로써 인간과 다른 동물의 경계를 정의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 또한 그는 침팬지 사회의 복잡한 행동과 구조를 세밀하게 기록했다. 집단 내 '위계(hierarchy)', 수컷 동맹, 갈등과 화해 같은 사회적 상호작용도 확인했다. 
더 나아가 침팬지가 단순한 초식성이 아니라 협력해 원숭이를 사냥하는 모습을 보고했다. 이들이 사회적 협동을 통한 사냥 능력을 지닌 존재임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렸다.



구달 박사는 지구사랑탐사대 대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 늘 자연보호와 생명을 존중하는 작은 실천과 희망을 강조했다. 2014년 한 행사에서 구달 박사를 만난 지구사랑탐사대. 지구사랑탐사대 제공


구달 박사는 침팬지를 집단의 일원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이름을 통해 개체별로 관찰했다.  그 결과 그는 각 개인의 성격, 사회적 관계, 행동을 세밀하게 기록할 수 있었다. 침팬지가 단순히 본능적으로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풍부한 감정과 뚜렷한 '성격(personality)' 그리고 개별적 기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러한 발견은 당시 동물에게 개인적 차이를 인정하지 않던 전통적 동물행동학의 틀을 넘어서는 것이었으며, 동물 이해의 지평을 크게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연구 대상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인 구달 박사의 행위는 그들을 단순한 실험 대상이 아니라 고유한 성격과 삶을 지닌 존재로 존중했기에 가능했다. 이름 붙이기는 침팬지와 인간, 나아가 인간과 야생동물 전체 사이에 공감과 정서적 연결을 만들었다. 
덕분에 대중은 침팬지를 익명의 집단이 아닌 개별적 존재로 인식했다. 구달 박사가 저서와 강연,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보전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름과 얼굴을 가진 존재로서의 침팬지는 단순한 ‘숫자 감소’라는 통계보다 훨씬 강력하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플로와 그 자손이 위기에 처했다”는 이야기는 추상적인 멸종위기 종의 감소보다 훨씬 큰 공감과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이름 붙이기는 과학적 연구에서 비롯되었지만 훗날 구달 박사가 전 세계를 무대로 펼친 보전 운동의 설득력을 높여준 핵심 자산이 됐다.
구달 박사는 대중과의 공감과 설득의 힘을 바탕으로 '제인 구달 연구소(Jane Goodall Institute)'를 설립해 아프리카와 전 세계에서 영장류 보호와 서식지 보전에 앞장섰다. 
또 청소년 환경 운동 프로그램인 '루츠 앤 슛츠(Roots & Shoots)'를 창설해 전 세계 100여 개국 수십만 명의 청소년이 환경 보전에 직접 참여하도록 이끌었다. 그는 나아가 UN 평화대사로 활동하며 지구 환경과 동물 복지의 중요성을 국제사회에 지속적으로 알렸다.
구달 박사는 인간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동물 역시 사회적 존재임을 알리고 보전이 시급하다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확산시켰다. 이는 한국에도 큰 울림을 주었다. 그의 곰베 침팬지 장기연구는 한국 동물행동학 연구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줬다. 1980년대 이후 우리 생태학계에서 장기 현장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계기가 됐다. 
제인 구달 박사가 일관되게 전해온 ‘야생과의 공존’이라는 가치관은 한국의 환경단체 활동과 정책 담론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보전과 생태 교육의 방향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구달 박사는 2000년대 중반부터 2~3년마다 한국을 방문해 동물과 환경에 관심 있는 이들을 직접 만났다. 나 역시 그때마다 몇 차례 마주할 기회가 있었다. 만날 때마다 느낀 것은 어떻게 이렇게 순수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는 놀라움을 주었다. 
노령에도 불구하고 그는 신념을 지키기 위해 전 세계를 다니며 강연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날로 심각해지는 환경 파괴와 야생동물 서식지의 붕괴를 목도하면서도 그는 희망 시리즈 책을 발표하며 끝내 희망을 잃지 않으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그의 모습에서 나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과 변함없는 순수함이 어떻게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지 직접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한국을 방문할 때도 하루 식사가 토스트 한 조각 약간의 과일 그리고 홍차 한 잔이면 충분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어떻게 그런 소박한 음식으로 고된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지 늘 놀라곤 했다. 
그러나 그의 검소한 차림 늘 곁에 두던 침팬지 인형 그리고 음식에서조차 절제를 실천하는 태도에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일관된 노력을 읽을 수 있었다. 구달 박사의 삶은 작은 습관 하나까지도 그의 철학과 신념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었다.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인 작은 시작은 동물을 개별적 존재로 존중하는 새로운 시각의 출발점이었다. 그 시각은 곧 도구 사용과 사회적 행동의 발견으로 이어졌고 나아가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다시 쓰게 했다. 



2012년 당시 어린이과학동아 독자와 함께 찍은 사진과 구달 박사가 직접 적은 메시지.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더 나아가 이름은 대중에게도 침팬지를 구체적이고 살아 있는 존재로 다가오게 했다. 연구 성과를 보전 메시지로 전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결국 구달 박사의 여정은 ‘이름 붙이기’라는 행위에서 출발해 과학적 발견을 거쳐 전 세계인과 함께하는 보전 운동으로 확장됐다.
그의 삶은 우리에게 과학과 보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연결이 어떻게 하나의 길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위대한 증거였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지구사랑탐사대 대장)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교수 jangy@ewh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