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청사. [기획재정부 제공.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의 조직 개편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재정경제부(재경부)로 격하되고, 예산 기능마저 분리되면서 경제정책의 사령탑이 사라지게 됐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게다가 금융위원회의 금융정책 기능을 재경부에 넘기려던 당초 조직개편안이 합당한 설명없이 돌연 백지화되면서 기획재정부는 일개 ‘세제청’ 수준으로 전락할 처지다.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내년 1월 출범하게될 재경부는 재정정책(예산)은 신설될 기획예산처에 넘겨지고, 금융정책은 현행 금융위원회에 남게 돼 조세정책만으로 거시경제 정책을 운용해야 할 판이다. 나라경제를 이끌 주요 수단이 없게 되는 셈이다. 세율이나 과세 대상 조정 등이 주요 내용인 세제 정책만 국민주택 민영주택 으론 대외 여건과 맞물려 복잡다단하게 전개되는 거시경제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한해 나라경제 운용의 목표를 담은 ‘경제정책 방향’을 내놔봤자 이를 실현할 수단이 없는 것이다. 이렇게 손발을 묶어놓고 성장, 물가, 고용(일자리), 국제수지 등 거시경제 목표를 달성하길 바라는 건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기재부 측은 신설될 재경부가 부총리 부처로서 부영아파트전세자금대출 경제사령탑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현실적으로 다른 경제부처들을 총괄하는 데에는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게 분명하다. 당장 내년 경제정책 방향도 내놓기 힘든 처지다. 지금 세계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발 ‘경제전쟁’의 와중이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 이슈에 발목이 잡히면서 미국과의 관세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다. 일본 유럽연합(EU) 등 관 인하대 기숙사 세협상을 끝마친 나라들의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율은 15%인데, 한국산은 25%다. 의약품에 대해서도 일본 EU산은 15%인데 한국산은 100%의 관세를 물린다고 한다.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지난 26일 증시는 폭락하고, 원화가치 또한 1412원대로 급락(원·달러 환율 급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재부가 그동안 민주당의 ‘돈풀기 압박’에 호응하지 주식매매계약 않았다고 해서 예산 기능을 아예 떼버리고 식물부처로 만드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기재부는 그동안 경제정책 총괄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멀리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부터 가까이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 2021년 중국발 요소수 사태, 2022년 레고랜드를 비롯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에서 자동차 할부이자 계산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내 국가경제가 흔들리는 것을 막았다. 이런 기재부를 ‘세제청’으로 전락하게 만들면 경제 사령탑 역할은 누가 할 것인가. 범부처 정책총괄을 진공으로 만든 피해는 국민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