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 워싱턴특파원


(워싱턴=뉴스1) 류정민 특파원 = '트럼프가 모든 것에 있어 옳았다.'(Trump was right about everything)
소위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불리는 지지자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커뮤니티에는 '트럼프가 옳았다'라는 문구가 꽤 자주 게시된다. 관세, 이민정책 등 논란이 많은 정책에 대한 마가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트럼프가 옳았다'가 쓰이다 어느 순간부터 '트럼프가 모든 것에 있어 옳았다'로 업그레이드된 문구가 널리 함께 쓰이는데, '충성 경쟁의 결과일까' '원하는 모든 것을 트럼프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의 부동산담보대출한도 표현일까' 등의 궁금함이 뒤따랐었다.
그의 두 번째 임기 한 달여가 지났을 때쯤,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트럼프가 모든 것에 있어 옳았다'는 문구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들어 보이며 매우 흡족해했던 기억이 난다.
2025년 9월 4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정부학자금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근로자 317명 포함, 총 475명을 체포 구금한 사건도 '트럼프가 옳았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가들은 여전히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것은 '트럼프가 옳았다'는 말을 갖다붙이기 가장 어려운 사건이다. 심지어 트럼프 자신도 실수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건은 제조업을 부활 채린 시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야심 찬 계획이 단지 구호에 불과하다는 상징적인 사례로 남을 수 있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틈날 때마다 자화자찬하고 있는 강경 일변도 이민 정책에 균열을 가져올 수도 있는, 뼈 아픈 실책으로 기록될 수 있다.
제조업 현장에서 일할 숙련된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현실을 외면한 채 아파트 매매 절차 , 이민 정책과도 연결되는 비자 발급에 있어서는 보수적인 트럼프 행정부의 모순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맹목적인 충성 경쟁이 더해지며, 그가 그토록 원하는 제조업 재건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던 근로자들을 중범죄자 취급해 손과 발에 수갑과 사슬을 채워 연행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사건 발 대연2구역 롯데캐슬레전드 생 다음 날 트럼프는 이민 당국이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두둔했고, 백악관에서 국경이민정책을 총괄해 '국경의 차르'로 불리는 톰 호먼은 이를 뒷받침하듯 "앞으로 더 많은 단속을 실행할 것"이라고 엄포까지 놨다.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은 "구금된 한국인 대부분이 퇴거 명령을 무시해 구금됐으며 추방될 것"이라는, '거짓'까지 서슴지 않았는데, 여론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한국 여론은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며 들끓었고,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미 주류 언론은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그 공장을 짓는 노동자를 체포하는 정책적 모순을 일제히 비판했다.
'할 일을 했다'던 트럼프는 사건 발생 사흘 후에는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을 통해 기술 인력의 합법적인 입국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며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비친 데 이어, 체포·구금했던 한국 근로자들이 미국에 계속 남을지 의사도 물었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한국인 근로자들의 귀국 이틀 후인 지난 14일 트루스소셜에 "외국 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에 진출할 때 전문 인력을 데려와 미국인에게 복잡한 제품의 제조법을 가르치고 미국인 근로자들을 훈련시키길 원한다"는 입장을 재차 밝혔다. 또 "만약 이렇게 하지 않는다면, 반도체, 선박 등 제조법을 다시 배워야 하는 대규모 투자는 애초에 없을 것"이라면서 제조기술 이전이 투자의 전제조건인 것처럼 말했다.
내년 중간선거에 조지아주 하원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인 토리 브래넘이라는 트럼프 지지자가 자신이 '제보자'라며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 한 것은 이 사건이 미국 내에서 정치적 선동의 소재가 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가 재차 사태를 진화하려는 글을 올린 것도 비판 여론과 중간선거에 미칠 영향을 의식한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트럼프가 아무리 수습하려 해도 이미 엎질러진 물은 주워담기 어렵다. 자신들의 정책적 모순은 돌아보지 않고 '미국인을 고용하지 않으니 옳지 않다'는 매우 단순하고 이기적인 발상이 실제 법 집행으로 이어지는 미국의 현주소를 전 세계인들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글로벌 기업들의 미국 투자가 재검토되고, 위축될 것이다.
총구를 겨눈 단속 요원들에 의해 체포돼, 열악한 시설에서 일주일을 갇혀 지내다 귀국한 근로자들은 "다시는 미국에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피를 나눈 혈맹이자 경제·안보 등 모든 분야에서 서로를 강력하게 필요로 하는 양국 관계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누구의 잘못인가. 우리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ryupd0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