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와 실종자 구조를 위해 4·6호기의 발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수화 기자


11일 오전 11시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붕괴사고 현장. 무너진 보일러타워 양 옆의 4·6호기 발파를 1시간 앞둔 사고 현장은 숨소리조차 나지 않을 만큼 고요했다.
현장 주변 300m 이내는 전날 오후 6시부터 통제된 상황. 고립된 상태의 보일러타워는 운명의 시간만 기다리고 있었다. 
30분 지나자 사고 현장에서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발파 시간이 다가왔음을 짐작케 했다.  
같은 시각 피해자 가족들은 울산화력본부 건물 3층에서 중앙사고수습본부 관계자들과 함께 현장을 지켜봤다. 가족들은 혹여나 붕괴된 5호기로 충격이 가해지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도 구조에 한걸음이라도 가까워지길 바라는 마음이 간절했다.

오전 11시 58 분. 곧 발파할 것이라는 사이렌과 안내 방송이 반복된 뒤 12시가 되자 굵고 단단한 폭발음이 허공을 쪼개듯 터졌다. 그 순간 4,6호기 철골 구조물이 거대한 몸집을 한번 크게 떨더니 힘을 잃은 채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5초 남짓 지난 후엔 흙먼지가 곧장 대기를 뒤덮었고, 시야는 뿌옇게 흐려졌다. 300m 떨어진 지점까지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담장 너머 로 파편이 튀기도 했다. 




11일 울산 남구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 사고 현장에서 매몰자와 실종자 구조를 위해 4·6호기의 발파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수화 기자


구조물이 순식간 에 넘어지는 그 순간, 현장을 지켜보던 가족들의 마음도 함께 무너져내렸다. 가족들은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도 뒤로한채 오로지 차가운 철더미에서 가족을 꺼내야한다는 심정으로 내린 발파 결정이었다. 그래서 더욱, 마음 한켠이 무너져내린듯 오열했다. 매몰된 가족을 살아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겹쳐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듯 했다. 가 족들의 울음소리가 한동안 창공에 울려퍼졌다. 이를 지켜본 관계자들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발파 상황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한 시민은 "이제는 매몰자들을 찾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어떻게 이런 사고가 난건지 사고 발생 내내 마음이 쓰였다"고 말했다.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엿새째인 11일 낮 12시 울산화력발전소 내 높이 63m의 보일러 타워 4, 6호기의 발파가 진행되면서 큰 폭발음과 함께 쓰러지고 있다. 이수화 기자


잠시 뒤 먼지가 걷히자 쓰러진 보일러타워 4·6호기의 처참한 모습이 드러났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5호기 옆에 서 있던 4·6호기는 이제 5호기와 같은 방향으로 조용히 누워 있다. 
현장은 쓰러진 4·6호기 주변의 위험요소 제거 작업이 시작됐다. 아직 가족 곁으로 돌아오지 못한 작업자 4명을 데려와야 한다는 목표로 소방대원들은 구조 채비를 하고 있었다. 기적처럼, 생존한 채로 매몰자를 발견할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도 남아있다. 현장을 지켜본 모두의 염원이기도 하다.
이후 오후 3시 40분께 본격적인 구조·수색 작업이 재개됐다. 소방당국은 인력 70명을 24시간 교대로 투입하고 장비 8대를 활용해 구조물 잔해를 걷어내는 작업을 하며 5호기 잔해 속 매몰자 수색을 본격화 했다. 이날 현재 매몰자 위치가 확인된 2명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며, 나머지 2명은 실종 상태다.
정수진 기자 ssjin3030@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