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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리핀과 베트남은 한국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한국과 공동 제작하기로 했다. 2020년 방영되었던 한국의 인기 드라마를 두 나라에서 각각 리메이크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OTT 서비스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을 때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끈 이 드라마는 특히 베트남에서 검색 1순위에 오를 정도였다. 내용은 어느 정도 현지화하는 각색을 거치겠지만 한국과 공동 제작할 예정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나라의 드라마나 영화가 동남아 현지에서 리메이크되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베트남에서 2018년, 필리핀에서 2020년에 제작한 '태양의 후예'를 비롯해 '별에서 온 그대'(필리핀, 2017), '그바다이야기릴게임
녀는 예뻤다'(말레이시아, 2022) 등이 대표적인 리메이크 성공 사례이고, 인도네시아에서 만든 '사내 맞선'도 올해 공개되었다.
드라마만이 아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복면가왕' 형식을 공식 수입해 무슬림 규범을 반영해 제작하고 있으며, 필리핀은 SBS와 계약해 '런닝맨 필리핀'을 만들고 있다.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동남아에서 현지화되어 일진홀딩스 주식
각 나라 방송산업 구조에 포함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 정보통신부나 필리핀 영화개발위원회는 공식적으로 해외 포맷 방송의 현지 제작을 지원하거나 공동 제작할 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한국식 방송의 형식과 특징이 단순히 복제되는 것을 넘어 동남아 콘텐츠 시장에 제도적으로 정착하는 흐름이다.
동남아에서 한류가 시88오락실릴게임
작된 지도 거의 30년이다. 한국 드라마의 서사는 자카르타의 안방을 사로잡고, K-팝의 비트는 방콕의 클럽을 울린다.
하지만 아시아 전체 대중문화를 이끈 한류에 최근 미묘한 기류가 예고된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도약이 그것이다. 한류가 이들 나라의 문화적 잠재력과 자긍심을 일깨운 건지도 모른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GIANT현대차그룹 주식
말레이시아가 최근 몇 년간 내놓은 문화 정책들을 보면 "한국처럼 되고 싶다"에서 "우리도 할 수 있다"로의 선회가 눈에 띄기 때문이다.
가히 로컬 한류의 실험실이라고 할 만한 베트남 정부는 2016년 '베트남 문화산업 발전 전략 2020·비전 2030'을 통해 "문화는 국가의 영혼이자 소프트파워의 원천"이라 선언했다. 문화 산업을 핵심 경ELW사이트
제 분야로 발전시켜 성장에 기여하고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 핵심 동력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베트남 문화산업이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약 7%를 차지하게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렇지 않아도 범(汎) 한자문화권인 데다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베트남은 한국 드라마의 감정선에 다가가기 수월하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의 성공 방정식에다 지역성과 가족애를 더해 베트남 드라마를 만들며 문화산업 양성에 적극적이다.
인도네시아의 행보도 담대하다.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전 대통령은 2019년 '소프트파워 이니셔티브'(Soft Power Initiative)를 강조하며, 한국의 K-콘텐츠 클러스터를 본떠 자카르타-발리-족자카르타를 연결하는 '창의 도시 네트워크'(Creative City Network)도 만들었다. "한류처럼 흥하되, 인도네시아답게 빛나자"는 목표 아래 문화가 경제이자 외교가 되는 길을 나선 것이다.
2019년에는 '창조경제법 2019'를 제정해 창의력, 문화유산과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지적 자산의 가치를 구체화하는 방안도 법제화했다. 여기에 2022년에는 지적 자산도 금융 담보가 될 수 있는 법령을 더했다. 영화나 드라마만이 아니라 게임이나 각종 디지털 콘텐츠도 실질적인 지원을 하는 한편, 외국 게임에 관해 인도네시아 법인 설립이나 합작 투자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 정비 움직임도 보인다.
한류의 문화외교 모델을 가장 발 빠르게 받아들인 말레이시아 문화예술관광부는 2021년 발표한 '문화외교 전략 구상'에서 "소프트파워는 외교의 언어"라 규정하면서 영화, 음식, 패션을 중심으로 말레이 문화를 국제적인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외교의 소프트파워라는 데 주목한 것이다.
태국의 대형 플랫폼 '뷰'(Viu)는 2024년에 말레이시아 시청자들을 위해 '힘쎈여자 도봉순'을, 태국 시청자를 위해 '재벌집 막내아들'을 리메이크하고 있다. 태국 방송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주변 캄보디아, 라오스에 미치는 리메이크 작품의 인기도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21세기 들어 동남아에서 문화외교와 소프트파워에 주목하게 된 데에 '한류'가 한몫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한류는 한국 문화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아시아 전체가 자신만의 문화 흐름을 설계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 인도네시아 드라마가 한국의 젊은 층 사이에서 소비되고, 베트남 예능이 유튜브를 통해 한국 시청자에게 도달한다. 이제 동남아는 한류를 거울로 삼아 자국 문화를 재발견하고, 새로운 문화 주체성의 언어를 만들어 소프트파워를 내면화하고 변용하는 중이다.
제2의 한류, 혹은 동남아류가 되기 위해서는 동남아의 젊은 창작자들이 "우리 식으로 세계에 말하는 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문화산업을 지속 가능하게 해줄 자본과 콘텐츠도 문제지만 저작권·금융·제작 인프라와 관련된 정책과 법령이 산업 생태계를 뒷받침해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들의 고유한 정체성을 잊지 않는 일이다. 동남아의 문화정책은 단순한 국가전략이 아니라 자국 청년 세대에게 자기 서사를 세계에 선보이는 굳건한 토대가 될 것이다.
한국이 만든 문화의 파도가 이제 여러 갈래의 물결로 흩어져, 다시 아시아로 되돌아오고 있다. 한국에서 시작한 물길이 동남아 각지에서 하나의 강줄기로 굵어지고, 아시아를 주체로 하는 문화 생산과 소비의 구조적 전환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