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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발표였습니다.
한미 정상이 만난 지 몇 시간이 지나도 발표가 없었습니다. 공동성명도 공동 기자회견도 없었습니다. 점점 짙어가던 노딜(No-Deal, 협상 결렬) 예측이 뒤집혔습니다.
그 이면의 막전막후를 추적해 봅니다.
■ "전날 밤까지 비관적이었다"
시작은 '트럼프 임기 내 3,500억 달러 현금 완납'이었습니다.
끝은 '1년에 최대 200억 달러까지, 총 2,000억 달러 현금 투자'였습니다.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한미 정상회담 당일인 29일 아침까지만 해최신게임
도 타결 가능성이 낮아 보였다고 합니다. 하루 전인 28일 밤까지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비관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실 정상회담을 앞둔 전날 자정까지 양국 간의 긴장은 최고조에 달했었고, 굉장히 비관적이었습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알에프텍 주식
KBS 뉴스9, 10월 29일


석 달 여의 추가협상 막바지. 미국도 한국의 외환시장 사정을 고려해 물러섰습니다. '8년간, 250억 달러씩'까지 양보했습니다.

'트럼프 임기 내 3,500억 달러 완납'과 비교하면 부담은 크게 줄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버텼습바다이야기오리지널
니다.
외화보유액에 충격을 주지 않으려면 연 150억 달러가 최대였지만, 조금 더 보태 연 200억 달러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좁히기는 거기까지 였습니다. 협상팀은 앞으로 더 나가지 못했습니다. '연 250억 달러 이하는 안 된다'는 미국 , '연 200억 달러가 최대치'라는 한국. 팽행히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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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시장 충격 우려 "조마조마했다"
외환보유액을 직접 관리하는 한국은행도 상황을 공유받았습니다. '250억 달러 대 200억 달러'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는 언질이었습니다.
대치를 못 풀면 '노딜'이 불가피한 상황. 노딜이 한국 외환시장에 어떤 충격을 몰고 올 지 예측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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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고위 간부는 정상회담 당일 모두 국회에 있었습니다. 종합 국정감사가 열리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총재 등 한은 고위 간부들은 국회 기획재정위 회의실에 앉아 있었고, 정상회담 당일의 협상 상황을 전달받기 어려웠습니다. 한은의 한 간부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조마조마했다."
원·달러 환율이 혹시라도 급등하면, 잠시 자신이라도 국감장에서 나와 시장안정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검토했을 정도라고 합니다.
한국은행도 전혀 모를 정도로, 관세협상 타결은 극적이었습니다.
■ 당일 아침, 갑자기 미국이 받았다
매듭이 갑자기 풀린 건 29일 당일 아침이었습니다.
미국 측이 '연 200억 달러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온 겁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당일(29일) 아침에 미국이 그걸 받겠다고 하면서, 급진전 됐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습니다.
미국이 200억 달러 카드를 받으면서, 공은 한국으로 넘어왔습니다. 하나를 받았으니, 하나를 줘야 하는 셈이니까요.
한국은 투자수익 배분을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투자 원금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투자 수익의 90%는 한국이, 미국은 10%를 가져야 한다는 '9대 1' 카드를 계속 요구해 왔지만, 일본, 유럽연합과 동일한 '5대 5' 배분을 수용하기로 한 겁니다.
'연 200억 달러' 받고, '5대 5' 주고…한미 정상회담 직전에 '끝내기' 주고받기는 성사됐습니다.
당일 아침, 막힌 혈을 뚫은 원동력은 뭐였을까요.
협상팀 누구도 정확히 확인해 주지는 않지만, 한미 양국의 대통령, 특히 트럼프 대통령을 빼고는 생각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다른 국가와는 다 협상했는데, 한국만 노딜로 끝나는 '모양 빠지는' 일을 트럼프 대통령도 피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물론, 극적 타결에 대한 정부의 공식 설명은 "양국의 우호적인 우방 관계가 적용했다" 입니다.
■ 쑥 등장해 휙 사라진 '통화스와프'
지난 9월 14일. 기획재정부는 아래와 같은 공식 입장을 냅니다.

"현재 대미 투자 협상 과정에서 외환시장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협의 중에 있음을 말씀드립니다."
-기획재정부 문자 공지/9월 14일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미 통화스와프'가 갑자기 중요한 의제가 된 순간입니다. 그것도 기한도 금액도 제한이 없는 '무제한' 통화스와프 논의였습니다.

통화스와프는 중앙은행 간의 계약입니다.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계약서에 서명하는 '갑'과 '을'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 간의 관세협상에 중요 의제가 된 겁니다.
3,500억 달러를 완납하라는 미국 측의 완고한 입장에 부딪힌 정부 협상팀이 독자적으로 제안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과는 사전 교감이 없었던 거로 보입니다.
상황을 복기하면 이렇습니다.
7월 30일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이끄는 한국 협상단이 미국 백악관을 방문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고, 협상의 큰 틀이 잡힙니다.
한국이 3,500억 달러를 미국에 투자하면, 미국은 상호관세와 자동차관세 등을 인하한다는 뼈대였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습니다. 미국은 협상 세부사항을 문서화한 양해각서(MOU)를 보내옵니다. '3,500억 달러 현금 투자'를 거론합니다.
당연히 한국은 '수용 불가' 입장을 전합니다. 8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간 첫 정상회담까지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습니다. 두 정상이 관세협상 내용을 승인만 했을 뿐, 공동성명 등의 문서가 없었던 덴 그런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양국은 논의를 이어갑니다. 9월 중순, 김정관 산업부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외환시장 충격을 줄일 방안을 고려해달라'고 미국에 제안합니다. 무제한 통화스와프 제안은 이런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이에 대한 미국의 답이 온 건 추석 연휴쯤입니다. 추석 연휴 초입이었던 10월 4일, 김정관 장관이 예고 없이 미국을 방문했던 이유입니다.
이후 무제한 통화스와프부터 미국 재무부의 외환안정기금(ESF) 활용, 달러 대신 원화 투자 등 다양한 실험적 대안이 아이디어로 거론됩니다.
여러 대안을 검토했지만, 모두 현실성이 없다는 판단이 나옵니다. 결국 연간 투자액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돌고 돌아 결국 투자액을 줄이기로 하는 결정에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의 역할이 컸던 거로 보입니다.
■ 전례 없는 희귀한 '특별법'
이제 남은 일은 크게 둘입니다.
한국과 미국 국가 간에 해결할 일은 양해각서(MOU)입니다. 합의한 내용을 문서화해 양국 대표가 서명해야 합니다. 공식 서명은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됩니다.
별도로 양국이 각자 할 일이 있습니다. 미국은 일본, 유럽연합에 대해서도 그랬듯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인하에 대한 행정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동시에 한국은 특별법을 제정해야 합니다. 특별법을 국회에 발의한 월의 1일로 소급해서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11월 1일부터 관세를 내리기 위해 11월 중에 특별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입니다.

"금번 합의사항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금융패키지 관련 기금 설치 등을 위한 특별법 제정이 필요합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국회 기재위 국정감사, 10월 30일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등에서 관리하는 외환보유액의 일부를 인출해서, 미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근거 법률이 꼭 필요합니다.

가칭 '대미투자특별법' 제정에 대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등 관련 주체들은 논의에 나선 상태입니다.
향후 운용 주체와 절차, 방식은 팩트 시트(설명 자료) 이후 있을 MOU 체결 결과에 따라 초안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외환보유액을 일부라도 헐어서 직접 투자에 쓰는 건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누구도 상상해 보지 못한 일입니다. 대미투자특별법은 전무후무한 법이 될 거로 보입니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제 진짜 대미투자가 시작됩니다. 한국은 1년에 최대 200억 달러까지 미국에 투자해야 합니다. 그게 몇 년이든 총 2,000억 달러를 채워야 합니다.

지구에서 가장 돈이 많은 나라에 '굳이' 투자를 하는 희귀한 국가적 실험이 시작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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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 기자 (coldpar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