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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지 6년이 지났지만, 보완 입법은 여전히 제자리입니다.

명확한 기준과 제도가 없는 가운데, 한 해 3만 명 넘는 여성이 불법과 합법의 경계를 오가며 임신중절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온라인상에선 불법으로 임신 중지약을 유통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먼저 영상으로 보고 오시겠습니다.

[VCR]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여성의 안전한 의료 접근 보장해야"

판결 후 6년야마토2
…후속 입법은 제자리
"의료 현장, 불법과 합법의 경계"

병원 수술은 부담, 임신중지약은 불법
"온라인 불법 거래 2천 건 넘어"

의료계·여성단체 "현실적 제도 필요"
입법 공백 속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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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의 제도공백 실태,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과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국장님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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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지금까지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한 현장에서 체감하는 가장 큰 문제는 무엇입니까?

이동근 사무국장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후속 입법이 없어 의료현장은 여전히 오리지날황금성
과거의 관행에 머물러 있습니다. 

의료기관들은 임신 중지를 정식 의료서비스로 받아들이지 않고 은밀한 과정으로 진행하며, 보호자 동행을 요구하거나 고액의 현금 지불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의료취약지 거주자, 장애 여성, 청소년, 이주민 등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용의 눈 게임
.

가장 심각한 문제는 식약처가 입법을 핑계로 유산유도제 도입을 미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 제약회사가 2021년부터 3차례나 허가신청을 했지만, 2차례나 반려되었습니다. 

유산유도제가 도입되었다면, 높은 의료기관 문턱과 비싼 수술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입법 공백 상황 속에서 최근 5년간 유산유도제, 즉 임신중지약 관련 불법 유통 적발 건수가 2,600건을 넘었다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이렇게 불법 거래가 계속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동근 사무국장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2021년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연간 3만 2천여 건의 임신 중지가 이뤄지며, 임신 경험 여성 중 15%는 임신 중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는 공식적인 정보나 안전한 서비스 제공 체계를 마련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은 SNS나 인터넷의 광고성 정보, 불법 약물 판매업자들의 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복지부 장관과 식약처장에게 임신 중지 관련 정보 제공과 임신중지약 도입을 권고했습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불법 유통 적발 실적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인권위 권고를 수용하여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을 보장하는 것입니다.

서현아 앵커
최근 국정감사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법 개정 없이도 임신중지약 허가가 가능하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결국 식약처가 임신중지약 도입을 할 수 있는데도 미뤘다, 이런 지적도 가능할 것 같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동근 사무국장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국정감사 결과, 식약처가 받은 법률 자문 6건 중 4건이 "모자보건법 개정 여부와 무관하게 임신 중지 약물 허가는 가능하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심지어 "법률상 근거 없이 품목 허가를 하지 않는 것은 위법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그동안 "입법 공백이 해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반대되는 내용의 법률 자문을 받고도 이를 수용하지 않고 계속 허가를 미뤄온 것입니다. 

식약처는 약사법상 국민 보건에 필요한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책임지는 기관입니다.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후 6년이 넘도록 임신 중지 약물 도입을 미룬 것은 명백한 직무 유기입니다. 

서현아 앵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표적인 임신중지약 미프진을 '필수의약품'으로 오래전에 지정했죠. 

국제적 기준에서 볼 때, 한국이 도입을 늦추는 데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보십니까?

이동근 사무국장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임신 중지에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상품명 미프진)은 1988년 개발 이후 지난 36년간 1,000건 이상의 임상 연구를 통해 효과성과 안전성이 입증된 약물입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 약물을 필수의약품 핵심 목록에 지정했는데, 이는 모든 국가가 필수적으로 보유하고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의약품임을 의미합니다.

이미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사용되며, 주요 선진국 중 한국을 제외한 모두 사용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이런 약물을 도입하지 않는 것은 과학적 근거로는 설명할 수 없습니다.

서현아 앵커
'임신 중지 약물을 합법화하라'는 요구의 핵심은 단순히 약을 허가하라는 게 아니라,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어떤 방식의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이동근 사무국장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약물 임신 중지는 이른 시기에 비침습적으로 시술이 가능하고, 지리적·경제적 접근성이 높으며, 수술대가 아닌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공간에서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문제는 과도한 규제가 약물 임신 중지의 장점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캐나다는 2015년 약물을 도입했지만 엄격한 규제로 초기 사용률이 저조했습니다. 

그러나 2018년부터 규제를 완화하자 약물 임신 중지 비율이 2017년 8%에서 2022년 56%까지 급증했습니다.

안전한 임신 중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임신 중지 약물에 대한 접근성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규제로 접근성을 막아서는 안 됩니다.

서현아 앵커
이재명 정부가 미프진 도입을 국정과제에 포함했습니다. 

실제 허가와 유통까지 가기 위해 어떤 절차적 장벽이 남아 있다고 보십니까?

이동근 사무국장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특별한 제약은 없는 상태입니다. 

이미 2021년에 허가 신청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지난 4년 동안 과학적 검토는 어느 정도 완료되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식약처장이 결단만 내린다면 신속하게 허가가 가능한 상황입니다. 

다만 식약처는 특정 전문의로 처방 제한, 입원 상태에서만 사용, 사전 초음파 검사 의무화, 환자 등록을 의무화할지 등의 세부 조건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문회의 과정이 필요할텐데, 이때 의료 전문가의 의견뿐 아니라, 약물 도입을 요구해온 여성단체와 당사자들의 의견도 반드시 함께 수렴되어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법률적이고 의학적인 문제를 떠나서, 여전히 임신 중지는 '도덕적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한 문제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서 정부나 시민사회가 병행해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요?

이동근 사무국장 /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역사적으로 임신 중지는 정부의 출산 정책과 함께 변화해왔습니다. 

과거 산아제한 정책 시절엔 난관 수술과 임신 중지가 정부에 의해 장려되었고, 여성들은 낳을 권리를 박탈당했었습니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부터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정부는 임신 중지를 통제하며, 여성과 의사를 형벌로 처벌했습니다. 

이번에 여성은 낳지 않을 권리를 박탈당합니다.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은 이러한 시대를 종결하자는 의미로 바라봐야 합니다. 

임신 중지를 줄이려면, 죄악시하기보다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출산율 제고를 목표로 하는 정부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피임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수적인 성교육 하에서 피임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해소되지 않고 있으며, 사람들은 값비싼 피임약이나 콘돔을 구매해야만 합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여전히 미혼모, 동거 가정, 다문화 가정의 자녀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강하게 남아 있고, 전통적 핵가족 형태의 이상적 가족 모델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양육 부담으로 인한 경력단절 문제도 심각합니다. 

커리어를 이어가고 싶은 여성에게 출산과 무관하게 경력을 이어갈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이 하루빨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포괄적 성교육 보장, 피임권 확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낙인 해소,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 해결 등을 위해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임신 중지 결정은 개인적 요소보다 사회적 요인에 더 크게 영향을 받습니다. 

그럼에도 사회적 요인은 그대로 둔 채 개인의 도덕성만 문제 삼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입니다. 

태아의 생명권을 진정으로 고민한다면, 개인을 비난하고 형사 처벌을 요구하기보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의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서현아 앵커
여성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라던 헌법재판소 판결의 취지가, 입법 지연으로 오히려 안전한 의료 접근을 막고 있습니다. 

6년의 입법 공백이 더 이상 국민의 건강권을 가로막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 당국의 제도화 논의가 시급해 보입니다. 

국장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