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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게임 안하면 친구들과 못 어울린다고 해서 어느 정도 하게 하는데 결국 게임에 빠져서 공부 안 하고 중독될까봐 걱정이에요.”(서울 마포구 중학생 어머니 A씨) “아들 녀석이 나이가 몇인데 아직까지 게임을 하고 있는지 답답해 죽겠습니다. 게임중독이에요.”(경기 분당 대학생 어머니 B씨) 게임이 법적으로 문화예술 범주에 포함된지 3년 가량 흘렀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시선이 여전히 따갑다. 사회에서 좋지 않은 사건이 발생하면 가해자가 무슨 게임을 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 자녀 교육의 대표적인 방해 요소로 꼽히는 것은 말하나 마나다. 심지어 게임은 청소년 때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강한 탓에 성인이 취미 생활로 게임을릴게임놀이터
한다면 좋게 보지 않는다. 남편이 게임을 하는 집은 부부싸움이 기본이다. 이것이 게임의 현주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특히 많은 사람들이 게임을 여가로 즐겼다. 이후 게임 관련 음악 콘서트나 e스포츠 대회는 물론 사회공헌 프로그램 등이 곳곳에서 열렸다. 게임이 게임산업 외의 분야에서도 긍정적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만 지금 이 시간에도 여러 수많은 가정에서 동부제철 주식
게임 때문에 부모와 아이 사이에 싸움이 난다. 한 판당 플레이타임 등을 비롯한 게임에 대한 정보량 차이로 인해 아이는 ‘이번 판만’, 학부모는 ‘아직도’라며 대립하게 되고 학부모는 게임하는 자녀를 보고 ‘혹시 중독된 게 아닌가’라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아이가 게임할 시간에 공부를 했으면 하는 학부모의 바람이 ‘중독’이라는 표현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자녀의바다이야기규칙
게임 시간을 제한하기 위해 마련됐던 ‘셧다운제’가 2022년 폐지되고 같은 해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받으며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업계의 기대감이 많았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4대 중독 아닌데도 ‘게임 중독’ 표현 만연 ‘게임 중독’이라는 말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올 6월 tvN 예능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숙은 과뽀빠이 릴게임
거 게임에 빠져 살던 시절을 고백하며 당시를 게임 중독이라고 말했다. 게임 중독이란 용어는 각종 매체를 통해 확산되면서 사회적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20년 전인 2003년 e스포츠 개척자인 임요한이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게임 중독 관련 질문을 받은 바 있다. 서양과 일본에서는 게임이 문화생활로 자리잡았지만, 한국에서는 게임을 ‘악’으로 여기던 사야마토2게임
회적 풍조가 만연했다. 당시 임요한은 ‘누군가 나를 해칠지 모른다는 생각을 받았냐’, ‘(게임이) 조직폭력배와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그는 당시 게임을 학부모와 자녀가 함께 즐기는 여가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냈다. 일각에서는 게임을 도박, 마약, 알코올 등과 함게 4대 중독물로 분류하고자 했다. 12년 전 국회에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되자 당시 게임업계가 즉각 반발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나서 과잉금지 원칙 위반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막아섰다. 결국 ‘인터넷’이 4대 중독에 포함됐지만 게임은 여전히 중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중독성이 강한 숏츠·웹소설·웹툰·영상 등이 문화 소비로 자리잡은 것과는 상반된다. ◇중독자 치료해야 vs 산업 생존 위태 이렇게 게임 중독이라는 용어와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이를 치료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올해 6월 성남시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 주제에 게임을 포함시켜 물의를 일으켰다. 이후 보건복지부 산하 중독치료 관련 센터들이 게임을 중독으로 안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게임업계는 분개했다. 게임 관련 협회·단체들은 이를 강력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최근 게임이용자협회는 게임 이용자 1761명과 함께 보건복지부에 공개 청원을 냈다. 이용자협회는 보건복지부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인터넷 게임’을 중독 관리 대상에 포함한 정책적 오류에 대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업계가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찬반 여부를 결론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와 정신의학계는 2019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표한 국제질병분류(ICD)에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내용이 포함됐다며 한국도 이를 따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은 유엔, WHO 등에서 산업·질병·사인 등과 관련한 국제표준분류를 발표하면 이를 기준으로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해왔다. 통계법 제22조 1항은 이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보건 당국과 의학계는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적용할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이들을 치료하기 위해 질병코드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학계와 달리 게임업계는 질병코드 도입이 게임 산업 몰락의 결정타가 될 변곡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흥행 산업인 게임이 ‘질병’으로 분류되면 게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지금보다 악화돼 잠재 고객을 유입시키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업계는 강조한다. 콘텐츠 홍수 속에서 사회적 시선이 나쁜 게임을 누가 하겠냐는 것이다. 게임사의 지속가능성도 위태로워진다. 게임 산업은 어린 시절 게임을 취미로 하던 청년들이 성인이 돼 게임 개발에 뛰어들며 태동하고 발전했는데, 게임을 취미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는 산업의 혁신을 이끌 유망주가 사라지는 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가뜩이나 글로벌 게임 시장 침체와 신작 출시 경쟁 심화로 K-게임 경쟁력과 게임사의 지속 성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는 상황에서 개발자 유입마저 끊기게 되면 K-콘텐츠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게임은 K-콘텐츠 산업 중 수출 1위 품목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1분기 콘텐츠산업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게임산업 수출액은 15억8187만달러로 전체 콘텐츠 수출 30억9782만달러 중 절반(51.1%)을 차지했다. 질병코드 도입은 e스포츠 산업도 위축시킨다.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을 정도로 규모와 주목도가 커졌다. 게임에 청소년이 유입되지 않는다면 e스포츠 선수가 줄고 중계방송 시청자도 감소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게임은 오늘날 문화 콘텐츠의 한 축이자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이러한 와중에 ‘게임=질병’ 낙인이 찍히게 된다면 국내 산업 생태계가 크게 위축되고 경쟁에서도 도태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업계에서도 건강한 이용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책임감 있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이를 중독으로 규정하여 질병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심히 우려스러운 접근”이라고 주장했다. ◇문체부는 반대 입장… 민관협의체 일정은 ‘미정’ 이에 게임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이재명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핵심 수출 자원으로 내세운데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공언한 K-컬처 300조 시대 실현을 위해서는 콘텐츠 산업 중 매출 비중이 큰 게임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최 장관은 장관 후보자 시절부터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해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장관은 올 7월 인사청문회에서 “게임은 종합예술의 한 분야이고 문화예술의 축을 이끌어나갈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질병으로 생각하고 접근해야 할 문제가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 장관은 9일 게임사 대표 및 주요 관계자와 만날 예정이었으나, 국회 교섭 일정으로 인해 해당 일정이 미뤄졌다. 업계에 따르면 질병코드를 비롯해 게임 산업 진흥 등 시급한 현안에 대한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었다. 문체부가 반대 입장이어도 민관협의체가 열리지 않는다면 찬반 논의를 이어가기 어렵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게임업계와 의학계 간 찬반논쟁이 뜨겁자 이를 해결할 민관 협의체를 설립한 바 있다. 업계에 따르면 민관 협의체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아직까지 회의를 진행하지 않아 질병코드 도입 관련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김영욱 기자 wook95@dt.co.kr